오피니언 시론

균형발전은 5대 광역시 중심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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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참여정부가 출범과 함께 제시한 국가 비전은 '국토의 어디서나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나라, 세계 속에서 국가 경쟁력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가균형발전, 지방분권, 행정수도건설의 특별법이 제정됐으며, 이 3개 법의 공통점은 바로 국가의 균형발전을 대전제로 한다는 데에 있다. 3개 법안 패키지 안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하위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결연한 자세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영의 전략 측면에서 공간계획과 관련해 전문성이 결여된 점은 유감이다. 국가균형발전의 이론적 골자는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해 자립형 지방화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통합적인 국가균형발전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혁신체계 구축은 개념적으로만 존재할 뿐 국토의 지리공간상에 어디를, 왜,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관한 논리와 실천적 방법 제시가 불충분하다.

도시학자들은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와 인접 영향권을 함께 포함하는 대도시권역을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거점으로 꼽는다. 대도시권역은 인구가 조밀하고, 각종 산업이 발달해 있고, 고등 교육기관과 고급인력이 많아 상대적으로 빠른 쇄신과 혁신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도시권역은 세계경제의 주요 생산 복합지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국경 없는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국가를 대신해 국제 업무의 새로운 지정학적 장소로 그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 때문에 대도시권을 세계화시대 글로벌 경제에 통합시켜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의 대상으로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부산권.대구권.대전권.광주권의 5대 광역도시권역이 발달해 있다. 5대 광역도시권역의 면적은 전국 대비 27%, 인구는 72%를 점유한다. 따라서 이들 5대 권역을 중심으로 국가의 균형발전을 포석해야 한다.

이 핵심공간이 '국토지리' 관점에서 시사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5대 광역도시권의 중심도시와 그 배후지 개발사업에 역점을 두어 전국 어디에 거주하든 주택.교육.취업.의료.문화 등의 기회균등이 충족되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둘째, 5대 광역도시권은 지구차원의 글로벌경제와 경쟁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즉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5대 광역도시권은 전략산업 육성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셋째, 5대 광역도시권은 수도권 1극 체제로 이뤄진 불균형 성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소다. 이를 위해서는 광역대도시권의 권역 설정 및 계획지구 조기지정을 통해서 광역도시계획법에 근거한 5대 광역도시권의 도시기본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이들 5대 광역도시권이 국제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와 직통하는 항공교통과 통신네트워크가 연결돼야 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도시 인프라 구축 및 도시기능 정비가 필수적이다. 5대 광역도시권을 통해 국제적 지역혁신역량이 강화될 때 우리는 동북아, 나아가서는 세계의 허브국가가 될 수 있다.

한편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의 하위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연기.장기 지구의 계획인구 50만명, 도시면적 2400만평은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과천시의 인구 10만, 면적 1000만평에 비해 너무 크다. 일국의 수도는 입법.사법.행정 3부와 외국 공관이 함께 입지해야 한다. 따라서 신행정수도는 대전 광역권에 인접시켜 분당 규모로 축소된 에지형 신도시, 유비쿼터스형 신도시, 첨단형의 신도시로 건설함이 바람직하다. 또 신행정수도는 어디까지나 통일 이전까지 한시적인 것으로 가정해야 할 것이다. 통일된 한반도의 수도는 서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인 서울대 교수,지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