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CO 경기도 대회, 일산 호수공원에 '문화의 물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양 최대의 인공호수로 유명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호수공원이 13일 거대한 '문화바다'로 변모했다. 콘크리트에 갇혀 사는 일산 신도시 주민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해온 호수공원이 이번에는 '문화의 허파' 역할을 해냈다. 'WCO 2004'의 경기 대회가 활짝 열린 것이다.

그 중심에는 재미 설치미술가 강익중(44)씨가 있었다. 이날 오후 8시 호수공원 수면에는 지름 15m의 초대형 풍선이 두둥실 띄워졌다. 강씨가 빚은 미술품 '꿈의 달'이 완성돼 일반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 연한 달빛 조명을 받으며 호수에 잔잔하게 뜬 '보름달'이 깊은 감흥을 자아냈다.

'꿈의 달'은 세계 141개국의 어린이가 그린 그림 13만장을 대형 풍선에 붙여 완성한 작품이다.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씨에 이어 미국 뉴욕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강씨가 남북통일과 세계화합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가로.세로 3인치(7.6㎝)의 미니 그림 13만장에 새겨진 지구촌 어린이의 수많은 소망이 한데 모여 분단된 한국에서 화합의 꽃을 피운 것이다.

강씨는 "실제 달처럼 작품을 하늘에 띄울 수 있었으나 일부로 물 위에 띄워놓았다"며 "이념.인종분쟁 등 지구상의 각종 분쟁이 사라지는 그날 '꿈의 달'도 하늘로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호수공원은 전통 무용.음악.무예 등 각국의 공연팀이 흉허물 없이 어울리는 축제 한마당을 연출했다.

오후 2시 시작된 공연이 공원 곳곳에서 오후 9시까지 계속됐다. 일산 일대의 주민에게 '문화의 단비'가 내린 셈이다.

각기 전통 의상을 입은 태국.중국.그리스.인도.호주 등 5개국 무용팀이 공원을 찾은 관객들을 환영했고, 한국(오성과 한음, 여성국극 홍성덕)과 브라질(도나 제피나그룹)의 전통음악팀도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했다. 노래하는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독일 출신 5인조 재즈 앙상블 살타첼로의 특별공연에는 100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주부 이경란(37.일산구 대화동)씨는 "도심 공원에서 자연을 벗삼으며 각국의 전통문화를 만나게 돼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 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