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는 기쁨보다 기르는 비용이 더 큰 구조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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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여성능력개발원에서 열린 미래기획위원회의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박춘선 아가야(불임부부단체) 대표, 곽승준 미래기획위 원장, 이 대통령, 전명숙 롯데백화점 서비스리더. [조문규 기자]

“그동안의 출산정책은 출산을 가로막는 각종 장벽은 내버려둔 채 저소득층 지원에만 초점을 맞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회적인 편견을 비롯해 이런 장벽을 다 없애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을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빌딩 미래기획위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1시간30분 동안 계속된 인터뷰에서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사교육비 문제는 ‘사교육과의 전쟁’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며 “올해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지난해보다 2%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원인을 뭐라고 보는가.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주로 저소득층 지원이나 보육시설의 양적 확충에만 치중해 왔다. 중산층의 수요나 일·가정 양립을 원하는 워킹맘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사회환경에서 저출산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 아닌가.”

-박정희 정부 때의 출산억제책에 비해 최근의 출산장려책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셋째 자녀는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지 않던 때도 있었다. 이렇게 출산억제책은 주는 것을 안 주는 것이라 쉽다. 반면 출산장려는 부모가 자녀양육에 따른 평생 비용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출산 구상에 취학연령 당기기와 미혼모 차별 철폐, 낙태 안 하는 환경 조성 등을 포함시킨 것인가.

“그렇다. MB 정부의 저출산 전략은 과거 정부와는 다른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국민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이를 키우는 기쁨보다 기르는 비용이 더 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낙태는 의견이 엇갈리는 민감한 문제다.

“낙태에 대한 정부 정책이 이번을 계기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낙태를 피임약 먹듯 해온 현실을 이제는 바꿀 때다. 일부 진보적인 여성계 등이 반발하고 있지만 낙태 문제는 과거 정부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 만큼 이를 다시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미혼모 지원도 사회 통념과 달라 반발이 심할 텐데.

“정부의 1차 목표는 물론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혼모 아래서) 태어났다면 인권 차원에서 도와줘야 한다. 프랑스를 봐라. 싱글맘들이 마음 놓고 출산하는 사회 분위기 덕분에 출산율이 많이 올라갔다. 우리는 어떤가. 중·고생이 임신하면 퇴학시킨다. 임신했다고 공부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헌법에도 위배된다. 그대로 학교에 다니게 해야 한다. 특히 미혼모라는 말 자체가 차별적인 언어다. 앞으로 정부는 미혼모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 내년 초 국가재정전략회의 때 싱글맘 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겠다. 경제사정이 좋아지면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은 싱글맘 지원예산 275억원보다 더 많이 책정할 수도 있다.” 

안혜리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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