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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법장 총무원장 '보안법 갈등'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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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3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주교관을 방문해 김수환 추기경(右)과 악수하고 있다.

▶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서울 조계사를 방문해 총무원장 법장 스님(右)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수환 추기경은 13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50여분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추기경은 "지금은 더 많은 기도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시국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고 한다. 김 추기경은 "나라가 분열되고 편가르기가 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갈라놓고 분열시키는 것이 수단인가 목적인가. 지금의 상황은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안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 대표와의 만남을 지켜본 한 인사가 전한 것이다.

김 추기경은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우리 현실에서 폐지는 이르다"고 했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게 남남 갈등 아닌가"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안법에 대한 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김 추기경은 박 대표에게 "여성으로서 힘들텐데 어떻게 견디느냐"면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 스님에게서 쓴소리를 들었다. 여당의 보안법 폐지 방침 등을 설명하기 위해 찾아간 자리에서다.

이 의장은 먼저 "제도와 법 같은 것은 현실이 다 바뀐 다음에야 바뀐다"며 보안법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자 법장 스님은 "과도가 있는데 과일을 깎는 데 쓰면 과도고, 식당에서 쓰면 식도이고, 살인을 하면 살인도가 된다"며 "아무리 좋은 것도 대중이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고 있으면 좋은 것이 못된다"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호텔을 부수고 화장실을 만든다 해도 그건 호텔이 아니고 화장실"이라고 했다. "대체입법을 하든 형법을 보완하든 간에 불안을 해소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법장 스님은 여당의 친일진상규명 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의장이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이나 보안법 폐지가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하자 법장 스님은 "신기남 (전)의장의 일을 보고서 굉장히 불안하게 생각했다"고 응수했다. 스님은 "과거 (신 전 의장의) 아버지가 그랬다(일제시대에 헌병을 했다) 해서 아들이 무슨 책임이 있나"라며 "그런데 당내에선 당의장직을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처벌 목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벌어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 의장이 "신 전 의장이 책임을 진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하자 법장 스님은 "이해한다. 그러나 가화만사성이라고 부부지간에 싸우는 집안이 잘되는 경우가 없다"고 했다. 법장 스님은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 말이 있다"며 "돈있는 사람도 이득이 돼야 투자를 하고 재미가 있어야 놀려고 하는 법"이라는 말도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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