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새 지급 수단 '전자화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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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6면

미국 재무부는 최근 보스니아 주둔 미군에 예산을 배정하면서 전자화폐의 일종인 '스마트카드' 를 시범 활용하도록 했다.

한국의 증권정보서비스업체인 팍스넷과 커뮤니티 서비스업체인 네띠앙 등은 '이코인' 이라는 전자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적 신용카드회사인 비자는 다음달 중 '비자캐시' 라는 전자화폐를 한국에 도입,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보이지 않는 첨단 돈' 인 전자화폐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미 일부 상용서비스가 시작됐고, 시범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곳도 여럿 있다. 특히 인터넷 상거래가 본격화하면서 전자화폐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지급수단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전자화폐가 활성화하기 위해선 개발 업체별로 다른 규격이나 사용방식을 통일시켜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 전자화폐 종류〓전자화폐는 갖고 다닐 수 있느냐에 따라 'IC카드형' 과 '네트워크형' 으로 크게 나뉜다.

IC카드형은 신용카드와 같은 저장매체에 마그네틱선 대신 반도체 칩이 부착된 전자화폐를 말한다. 네트워크형은 온라인상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전자화폐.

IC카드형 전자화폐 중 대표적인 것은 마스터카드가 운영하는 몬덱스카드와 비자카드의 비자캐시. 버스카드 등 선불카드와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거래은행으로부터 미리 일정 금액을 전자화폐로 이전받아 사용하며, 저장된 돈을 다 쓰면 다시 충전받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충전은 현금자동입출금기.이동전화 또는 인터넷 등에서 할 수 있다. 물품을 구입하고 전자화폐를 제시하면 현장에서 카드리더기가 사용액만큼 결제한다.

몬덱스카드는 현재 뉴욕.홍콩 등 전세계 15개국 1천2백70만개 가맹점에서 상용서비스 중이며, 한국에서는 다음달부터 서울에서 코엑스와 공동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시중은행.카드회사 등은 'K-캐시' 라는 한국형 전자화폐를 개발중이다.

네트워크형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사용자 정보를 저장해 놓고 온라인상에서 각종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전자지갑이라는 온라인 도구에 돈을 저장해 두고 전자상거래 때마다 대금을 결제한다. 눈에 보이는 카드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상점 등 오프라인(off-line)에서 물건을 살 수는 없지만 원격지 송금 등을 쉽게 할 수 있다. 전자화폐용 소프트웨어만 구입하면 기존 컴퓨터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의 마크 트웨인 은행은 네덜란드 디지캐시사와 공동으로 'e-캐시' 를, 사이버캐시사는 '사이버캐시' 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니시스의 '이니페이' , 한국정보통신의 '이지캐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코인사는 오프라인에서 카드를 구입한 뒤 온라인상에서 카드 뒷면에 새겨진 16자리 번호를 입력, 거래를 하는 절충식 '이코인' 을 보급중이다.

◇ 신용카드와의 차이점〓IC카드 방식의 전자화폐와 신용카드는 사용방식이 비슷하고 겉모양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IC방식 전자화폐는 결제할 때마다 사용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신용카드는 본사에 연결,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전자화폐는 현금처럼 가맹점에서 바로 결제한다.

때문에 카드 수수료가 거의 없어 현재 1천원 미만 거래에는 사용할 수 없는 신용카드와 달리 소액거래용으로 많이 쓰인다.

비자인터내셔널코리아 정도영 이사는 "전자화폐는 특히 온라인상의 소액거래 결제에 편리하며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청소년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 문제점〓전세계적으로 표준화가 돼 있지 않아 각 전자화폐별로 호환성이 없다는 게 큰 장벽이다.

A사의 전자화폐를 B사 가맹점에서 쓸 수 없고 국경을 넘으면 사용하지 못해 보급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IC카드형 전자화폐는 가맹점마다 카드리더기를 설치해야 하는 등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걸림돌이 있다.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는 보안문제가 관건이다. 업체들은 최선의 보안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용자들은 확신을 갖지 못한다.

더욱이 열린 네트워크인 인터넷을 통해 사용하기 때문에 크래킹 등에 의한 정보 및 재산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코인의 김대욱 사장은 "기술 발전에 따라 보안 문제도 개선되고 있어 전자화폐의 쓰임새가 크게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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