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초강세 이유 살펴보니] 용인 동부 "어? 규제가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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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경기도 용인 동부권에 가면 그 흔한 토지 규제 하나 없다. 주변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혹은 토지투기지역이라는 족쇄가 채워져 있어도 이곳만은 땅을 사고 파는 데 제한이 없다. 규제의 바다에 떠있는 투자의 피난처 같다. 용인시 삼가.역북.고림.김량장동, 양지.모현.포곡.백암면 일대의 얘기다. 용인 전체 면적(592㎢)의 절반이나 된다.

양지면 A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서울에서 가까운 요지에 아직도 토지 거래 규제가 없는 곳이 있느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땅 투자자들이 이쪽에 눈독을 들인다. 주변 지역은 땅값이 정체 상태를 보이지만 이곳만은 값이 오른다. 기획부동산(땅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소액 투자자에게 비싼 값에 쪼개 파는 업체)까지 설친다.

용인의 경우 주택과 관련한 규제는 유난히 강하다.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일찌감치 지정돼 있다.

그러나 땅에 대해서는 후한 편이다. 일정 면적 이상의 땅을 살 때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기흥.구성.수지읍 등 서부 지역만 지정돼 있다.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부과하는 토지투기지역은 용인 전체가 빠져 있다. 왜 그럴까.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용인 동부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을 경우 이중 규제를 할 수 있어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거래를 트게 해도 시장 안정을 해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예측과 달리 땅값은 초강세다. 용인 행정타운이 조성될 예정인 역북동 자연녹지는 평당 80만~100만원으로 지난해 이맘때의 두배에 이른다. 영동고속도로 양지 나들목에서 가까운 양지면 양지.제일리 일대 밭도 같은 기간 30% 이상 오른 평당 60만~70만원을 호가한다.

용인의 Y공인 관계자는 "1억~3억원대 자금으로 200~300평대 땅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많이 찾아오지만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매수 대기자들이 3~4명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규제가 덜하다 보니 투자자의 70~80%는 서울 강남과 분당 신도시 거주자들로 '묻어두기식' 투자 수요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2분기 용인 땅값 상승률은 평균 1.7%로 토지투기지역 지정요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최종 심의과정에서 빠졌다. 이천의 김모(48)공인중개사는 "이천.여주.광주보다 땅값이 비싼 용인 동부지역에 땅 거래 규제가 거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암면의 한 중개업자는 "땅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이천.화성 부동산중개업자까지 땅을 구하러 온다. 용인 동부지역이 투기꾼에게 먹잇감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기획부동산은 역북동 일대 평당 30만원 정도인 임야를 쪼개 130만원에 되팔고 있다.

용인 동부지역이 계속 '규제의 무풍지대'로 남을지는 미지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들 지역 땅값이 요동칠 경우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용인 동부지역을 둘러싼 주변 지역 땅값은 대체로 보합세다. 평택.광주.오산.화성은 토지투기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이천은 토지투기지역, 안성.수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각각 묶여 투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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