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생태공원 조성 民·官 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전북도가 도민의 젖줄인 만경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강 둔치를 생태공원으로 꾸미려 하자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3천여명의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도와 농민들이 평행선을 달리자 환경단체들은 생태공원 조성에 일단 긍적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인위적 개발을 줄이고 자연 그대로의 생태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사업 계획〓전북도는 지난해 9월 '만경강 자연생태공원 조성 계획' 을 발표했다. 현재 국토연구원에 맡겨 기본계획 연구.설계를 하고 있으며, 내년 2월에 그 결과가 나온다.

공원 조성 예정지는 전주시 팔복동 전주대교부터 완주군과 익산시를 거쳐 김제시 청하면 만경대교까지 60㎞에 이른다. 6백만평 규모며 지금은 대부분 논.밭으로 쓰이고 있다.

공사는 2001년 시작해 2005년까지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국유지여서 공사비는 4백80억원이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개발 구상〓하천을 정비하고 꽃길과 습지를 조성, 국내 최대의 자연생태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꽃길엔 국내 자생꽃 및 야생화, 세계 각국의 나라꽃을 심는다. 강 가장자리의 습지도 보완해 어류를 비롯한 수중생물과 야생 조류.곤충의 서식을 돕고 여울과 샛강도 되살릴 예정이다.

꽃밭 사이로는 산책과 조깅.마라톤을 할 수 있는 코스와 자전거도로를 닦으려 하고 있다.

곳곳에 만남의 광장.쉼터.야외무대.초원광장.놀이공원을 갖추고 강 인근에는 청소년수련시설.호텔.콘도미니엄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 전북도 입장〓일부 구간에서 농업용수로조차 쓸 수 없을 만큼 수질이 악화된 만경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생태공원 조성이 화급하다는 주장이다. 또 내년부터는 전주권에서 하루 1백30만t의 생활.공업용 폐수가 유입돼 하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면에는 농민들의 무분별한 농지 확장을 막으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전북도 안평옥(安平玉)산림과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생태공원으로 만들 계획" 이라며 "논.밭을 가급적 보존하고 물 흐름에 지장이 있는 곳만 정비하는 방향으로 개발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5개 시.군의 만경강 주변 농민 7백여명은 지난달 24일 전북도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자연친화적 손질은 좋지만 위락시설 설치는 오히려 생태계를 망가뜨릴 위험이 있다며 신중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