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업종 바꾸고 싶은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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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글=김성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사례 1] 독일맥주집 하다 3억 들여 스무디킹 가맹점으로 바꿔 매출 1·2위
시장 조사 위해 수도권 한 바퀴 돌았어요 간판

경기도 일산에 스무디킹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성우씨. 그는 수원에서 독일맥주 전문점을 운영하다 업종을 전환해 재창업을 했다.


‘낮에 영업하면서 여성이 주고객일 것. 웰빙 기류에 맞는 제품이면서 부부가 함께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 것’.

경기도 일산에서 스무디킹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성우(36)씨가 업종을 바꾸면서 세운 기준이다. 25세 때부터 우동집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사를 해본 그는 수원에서 독일맥주 전문점을 했다.

수입이 꽤 됐지만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건강이 염려됐다. 결혼을 앞두고 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기도 했다.

업종 전환을 결심하면서 그는 향후 꾸준한 매출을 올리려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20대 여성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 업종은 낮에 일하기 때문에 체력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여성들이 모이는 상권과 여성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일산의 신규 쇼핑몰에 69㎡(약 21평)짜리 매장을 냈다. 비용은 3억원가량이 들었다.

해당 쇼핑몰을 드나들며 관찰했더니 고객의 70%가 여성이었다. 나머지 20%는 연인이고, 10%는 주말 가족고객으로 분석됐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천연 과일에 비타민 등 영양소를 배합해 얼음과 함께 갈아 만든 음료를 골랐다. 여기에다 이씨는 그만의 노력을 더했다. 아무리 좋은 업종을 골라도 성공 여부는 점주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틈만 나면 의견을 주고받으며 손님을 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지원을 받았다. 종업원 관리도 철저히 했다. 숙련되지 않은 직원은 주문을 받거나 계산하는 곳에 배치하지 않았다. 고객이 최대한 신속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점포는 현재 스무디킹 전체 가맹점 가운데 매출 1, 2위를 다툰다.

“프랜차이즈를 고르면서 서울과 경기권에 있는 가맹점은 거의 가본 것 같습니다. 손님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길에 차를 세우고 살펴봤죠. 점주들을 만나 본사의 경쟁력과 매출을 물어본 것은 물론입니다.” 이씨는 업종 전환을 고려 중인 이들에게 발품을 판 만큼 소득이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뚜렷한 지향점을 갖고 업종을 골라야 실패하지 않는다”며 “목표가 있으면 상권 찾기도 그만큼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사례 2] 1000만원 들여 치킨·호프집 살짝 리모델링 성공
간판·주메뉴만 바꿨는데도 매출이 쑥~

서울 남대문 서울역앞에서 15년 동안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숙씨. 경기도 일산에 스무디킹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성우씨. 그는 수원에서 독일맥주 전문점을 운영하다 업종을 전환해 재창업을 했다. 그는 주메뉴만 바꿔 치킨집으로 재창업했다.


서울 남대문로 5가에서 165㎡(약 50평) 규모의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영숙(61·여)씨는 올 9월 개인 상호로 프라이드 치킨과 호프를 취급하던 가게의 간판을 바꿔 달았다. 호프집을 그대로 하면서 주메뉴만 허브구이치킨으로 교체했다.

30대 후반에 장사를 시작한 그는 커피숍·당구장을 거쳐 15년 전부터 호프집을 해 왔다. 2005년 서울역 건너편으로 옮겨 왔는데,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라 장사가 잘됐다. 그러나 지난해 주변에 비슷한 호프집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떨어졌다. 그의 가게 인근에만 프라이드 치킨을 취급하는 곳이 대여섯 곳에 달했다.

막연하게 회복되기를 기대하던 이씨는 점포 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변화를 택했다. 호프집 업종은 유지하면서 차별화된 메뉴를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후 여러 프랜차이즈를 접촉했다. 자금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매장 인테리어를 바꿔야 하는 곳은 제외했다. 허브로 숙성한 뒤 오븐으로 굽는 치킨 브랜드를 골랐다.

투자 비용은 약 1000만원. 간판 교체비와 오븐 구입비, 그리고 기존 점포 벽에 새 브랜드의 로고가 들어간 그림을 건 게 전부였다.

이 정도 변화만으로도 사정은 달라졌다. 예전에는 40대 이상 남성이 주고객이었다. 저녁식사 후 2차로 찾기 때문에 오후 8시쯤 손님이 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주메뉴가 바뀌자 손님이 찾아오는 시간이 오후 6시30분 정도로 빨라졌다. 기름기를 뺀 치킨이어서인지 여성 고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씨는 “단골 손님들이 ‘뭐하러 바꿨느냐’고 할까 봐 사실 걱정했었다”며 “직접 맛을 보고 결정했는데,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가면서 한 마리를 더 사가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그는 “많은 돈을 들일 형편이 아니라면 기존 업종에서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고 메뉴만 변화를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보라”며 “다만 고객의 취향 변화를 따라가는 메뉴를 골라야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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