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나눔의 강좌에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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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료는 물론 털실·바늘까지 무료 제공

“와- 너무 예쁘다.” “저건 몇 코가 빠진 것 같은데” “정말? 어쩌지… 다시 만들까?” 지난달 중순 용인시 처인구청 2층에 위치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시끌벅적했다. 이날은 뜨개질 강좌 수강생들의 첫 작품을 선보이는 날이었다. 수강생들은 서로의 작품을 품평하는 등 완성도에 꽤나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첫 작품인 아기방울 모자를 다문화 가정아이들의 선물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강좌의 취지는‘나눔·기부 문화의 형성’이었다. 때문에 모집조건도 여느 강좌와 달랐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이나리씨는 “뜨개질을 배우고 싶은 초보자 중 봉사와 나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수강료는 물론 털실과 바늘 등 재료까지 모두 무료다. 하지만 6주간(매주 화요일)의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남는 건 ‘뜨개 기술’ 뿐이다. 완성한 대부분의 작품은 본인이 가져갈 수 없기 때문. ‘작품을 어려운 이웃에게 보낸다’는 게 수업 참석의 조건이다. 4주차 부터 배우는 목도리는 노인복지센터로 보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강 희망자가 적지 않아 강좌는 공고 일주일만에 마감됐다.

30~40대 주부들 자투리 시간에 뜨개질 배워

수강생은 30~40대로 모두 주부들이다. 수강생 안경선(33·수지구 동천동)씨는 “평소 배워보고 싶었던 뜨개질로 나눔까지 할 수 있어 즐겁다”며 “풀고 뜨기를 여러번 반복해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안씨의 말에 다른 수강자들도 “아이와 남편이 집을 비운 자투리 시간을 뜻깊게 활용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좌를 통해 본격적인 봉사 모임을 계획하는 이도 있었다.

아파트단지 부녀회장인 주부 이진미(41·처인구 삼가동)씨는 강좌 취지가 마음에 들어 부녀회 다른 회원들과 함께 강좌에 등록했다. 이씨는 “누군가 내가 만든 모자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거라 생각하니 기쁘다”며 “수업이 끝난 후 아파트 단지에 ‘손뜨개 봉사 모임’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사 김숙경(42)씨 역시 지역 내 손뜨개 봉사 모임을 비롯 뜨개질을 이용한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김씨는 “대부분 주부들이 ‘내가 무슨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봉사활동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러한 작은 정성 만으로도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관심과 행동이 누군가엔 큰 기쁨 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6년째라는 수강생 누구 앤 티 우뜨(28·처인구 삼가동)씨는 아직 한국어가 미숙하다. 우뜨씨는 “말이 미숙한 데다 다른 수강생들과 어울리기도 힘들 것 같아 처음엔 강좌 참여를 망설였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수업 적응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어려운 단어는 수강생들이, 어설픈 손놀림은 강사가 도와주었기 때문. 다문화 방문교사로 활동 중인 수강생 정순자(58·용인시 죽전동)씨는 “작은 관심과 행동이 누군가에겐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며 “뜨개질은 따뜻한 마음은 물론 온기까지 전할 수 있어 이번 강좌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뜨개질 배우기에 나선 주부 수강생 이정미(35)박은희(38)·정춘자(50)·백지영(37)·임영숙(43)·누구 앤 티 우뜨(28)씨(왼쪽부터).

< 이유림 기자 tamaro@joongang.co.k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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