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IP마케팅'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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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백화점이 물건을 많이 구입하는 소수의 고객을 '귀빈' 으로 특별관리하는 'VIP마케팅' 이 논란을 빚고 있다.

백화점들은 VIP 우대를 문제 삼아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VIP로 분류한 고객의 수가 백화점마다 전체고객의 1% 미만이지만 매출의 10% 정도를 올려주고 있어 마케팅 전략상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백화점들이 편하게 매출을 올리려고 위화감 조성을 불사하고 있다" 며 "지나친 상술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지적한다.

우수고객에는 백화점에 따라 무료주차 스티커를 발급하고 일반고객보다 훨씬 많은 할인쿠폰을 준다. 각종 행사를 열어 호텔식사로 접대하는 백화점도 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롯데호텔. 롯데백화점이 'VIP초대 패션쇼' 를 열었다. 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이원재.클리오.안혜영 등 10개 여성의류 브랜드가 봄옷 신상품을 소개한 행사였다. 여기에 참석한 4백여명의 VIP들은 호텔식사와 쇼를 공짜로 즐겼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별로 우수고객을 선정해 전화로 초청했다" 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 1월에는 새해 첫 세일행사를 하면서 3백만명의 백화점카드 고객 중 8천명의 VIP에게만 상품권 증정 쿠폰을 넣은 판촉우편물(DM)을 발송한 적이 있다.

이 쿠폰을 소지한 고객이 열흘간의 세일기간에 3백만원부터 3천만원까지 물건을 사면 구매금액에 따라 15만~1백50만원의 상품권을 줬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 3일 이틀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VIP 1천8백명을 초청한 패션쇼를 열었다.

점심행사에는 4만원 상당의 식사가 무료로 제공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본점에서 구매한 금액이 많은 순으로 2만명에게 DM을 보내 참석을 희망한 고객을 초청했다" 며 "이같은 패션쇼를 매년 봄.가을 두차례 열고 있다" 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 11월 VIP 2백명을 초청,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3만원짜리 식사를 제공하면서 패션쇼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VIP전용 주자창을 별도로 운영하고 스티커를 발급해 항상 무료주차를 보장한다. 또 본점 신관 5층에 있는 VIP라운지 이용권을 주는 등 우대조치가 많다.

자사(自社) 백화점카드를 많이 이용한 우수고객을 선정해 무료주차권.추가할인권을 보내주고 명절선물을 하는 특별관리는 기본이다.

사이버 공간에도 VIP마케팅이 등장해 삼성물산은 ㈜오뜨마케팅(http://www.haute.co.kr)과 공동으로 명품전문쇼핑몰을 운영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부터 VIP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쇼핑몰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곳에는 자동차.고가가전.명장명품.예술상품 등 백화점 명품코너에 버금가는 제품들이 즐비하다.

신라호텔은 부유층 네티즌 대상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노블리안닷컴(http://www.noblian.com)을 오는 5월 15일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골프.미용.다이어트.패션.자동차.요리.증권.포도주.쇼핑 등 부유층이 희망하는 각종 정보를 매일 아침 제공하고 고가품을 취급하는 쇼핑몰을 방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같은 전략에 대해 YMCA 서영경 소비자정책팀장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부분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며 "이런 상황에서 가진자에게 특혜를 주는 행사는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시민들이 나중에 그런 행사가 있었는지를 알게 되면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 것" 이라며 "백화점이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데도 특정 계층만을 배려해 매출을 올리려는 것은 지나친 상술" 이라고 덧붙였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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