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선수가 그리는 농구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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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농구 선수가 그리는 농구만화, 권투 선수가 그리는 권투만화….

만화가의 개인적 직업 경험을 통한 전문지식을 담은 작품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

먼저 요즘 만화 판매, 대여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는 '힙합(서울문화사)' . 만화계에서는 드물게 판매량 1백만권을 넘어선 밀리언 셀러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작가인 김수용(28)씨가 백댄서 출신이라는 것. 그는 1992년 SBS 쇼 프로그램의 전속 댄싱팀에서 리더로 일한 적이 있다. 때문에 작품에 실린 춤동작이 매우 사실적인 것은 물론, 전문 힙합 용어에 관한 해설도 실어 정보제공까지 맡고 있다.

이에 대한 김작가의 설명. "춤출 때의 기분을 제가 알잖아요. 춤을 시작할 때의 긴장감과 희열을 캐릭터에 녹이는 것은 이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김작가는 작업실에서 직접 춤도 춘다. 이를 문하생들이 비디오로 찍으면 동작선을 그리는 자료로 사용한다는 것. 김작가는 실제 각종 힙합 페스티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기도 한다.

또 농구만화의 선풍을 일으켰던 '슬램덩크' (도서출판 대원)의 작가 다케히코 이노우에도 고등학생 때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한 아마추어 농구선수 출신이다.

92년 당시에는 낯설기만 했던 농구만화를 처음 시도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 실제 미국 NBA 스타 선수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작품을 통해 소개되면서 일본에서 NBA 농구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권투선수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는 '아웃 복서' (서울문화사)도 마찬가지다. 장태관 작가는 전직 복서 출신. 서울문화사의 이영민 기자는 "다른 작품에 비해 시합을 풀어가는 패턴이나 작품에서 사용되는 기술 등이 매우 현실적이어서 인기가 높았다" 고 설명한다.

캐릭터 관련 수익만 1백억원이 넘는 '언플러그드 보이' '오디션' 등의 천계영 작가도 이런 경우다. 광고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CF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 때문에 만화에 사용되는 캐릭터나 그림의 앵글이 다른 작품에 비해 입체적이고 변화가 다양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캐릭터라이즈에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외에 샐러리맨의 일상과 애환을 코믹하게 담고 있는 '천하무적 홍대리'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책)도 빼놓을 수 없다.

코오롱 상사를 거쳐 현재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홍윤표 작가는 실제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고스란히 만화의 소재로 삼아 공감대를 확보한 사례다.

이에대해 세종대 영상만화학과의 한창완 교수는 "결국 스포츠계든 샐러리맨의 생활이든 작품의 소재가 되는 세계에 작가가 얼마나 깊이 개입할 수 있었느냐가 작품 성공의 관건" 이라고 설명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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