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거론말자"…선관위장, 보도자제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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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용훈(李容勳)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10일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지역감정' 이라는 말 자체를 일절 거론하지 않는 것" 이라고 말했다.

李위원장은 제주 KAL호텔에서 전국의 신문.방송사 편집.보도국장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4.13총선과 공정보도' 에 대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인의 선동적 발언은 언론에 의해 여과돼야 한다" 며 지역감정에 대한 보도자제를 언론에 요청했다.

또 "지역감정을 타파하자는 얘기마저 오히려 지역감정을 확대하는 미묘한 특징이 있다" 고 강조했다.

다음은 李위원장과 편집.보도국장들의 일문일답.

- -지역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는가.

"만질수록 커지는 게 지역감정이다.

지역감정 조장 발언이 보도를 통해 전파됨으로써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지역감정을 일깨우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영도다리에서 빠져 죽자' 는 등의 원색적 언사는 솔직히 언론매체에 실리지 않았어야 할 내용이다.

"

-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솔직히 말하면 해결책은 언론이 '지역감정' 에 대한 보도를 아예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다.

갈등과 대결을 몰아가는 보도보다 후보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제공과 쟁점비교, 정책.자질검증에 무게를 둔 보도에 힘써 달라. "

- 선진국의 지역감정 문제는 어떤가.

"독일과 같은 선진국도 기층민중 사이에는 깊은 지역감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나라 정치인들이 일반 민중의 시각과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아이젠하워나 드골 대통령 역시 그랬다. 우리의 경우 안타까운 것은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 층이나 '양지에 사는 사람' 들이 지역감정의 포로가 돼있는 현실이다. 우리의 정치지도자가 지역감정을 극복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처벌조항이 너무 막연하다는 지적이 있다.

"▶선거운동기간 중 후보의 출신연고를 적시해 지지.반대를 하지 못하게 하고▶출신지별 선거구민 인구비율을 공표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가 끝난 뒤 중립적 선거개혁기구가 만들어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사전 선거운동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당활동을 빙자한 선거운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떤 조치가 준비돼 있나.

"개편대회.당원단합대회.후원회.의정보고회 등이 선거를 앞두고 알게 모르게 치러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금품을 이용한 사람동원이나 현금살포 사안들이 심심찮게 선관위에 접수되고 있다. 선거가 끝나더라도 부정선거 사례에 대해선 끝까지 추적, 응징하겠다. 자료수집 등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 선거풍토가 무척이나 혼탁스럽다.

선거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16대 국회 개원 후 선거법 개정을 관철할 생각은 있는가.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새 선거법을 마련한 뒤 국회에 압력을 행사하겠다. 예산이 드는 일이므로 정부와 협의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공명선거를 위해 종교계 인사 등을 만나 협조도 구하겠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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