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넘긴 美 총기사고] 上.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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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멤피스의 한 주택가.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주차장쪽에서 걸어나온 한 사내가 갑자기 미친 듯 총질을 해댔다. 사망 6명, 부상 2명.

지난 3일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한 흑인이 "백인들을 모두 죽이겠다" 며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 등에서 총기를 난사, 5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그 전날엔 미시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섯살짜리 남자아이가 사이가 나빴던 여자 동급생에게 권총을 발사해 숨지게 했다.

사상 최고의 경제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에서 요즘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해 발생한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 무차별 난사사건 때 미국은 떠들썩했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이제 미국에서 총기 난사는 우발적 사고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도나 절도처럼 그저 일상적인 범죄로 분류하고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판이다. 해마다 3만여명이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총기 사용 자제를 당부하고 총기 규제 법안의 조속한 입법으로 미국인들을 총기 공포로부터 해방시켜 주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아직 가시화된 조치는 하나도 없다.

미국 사회학자들은 빈발하는 총기사고의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총기류를 아무나, 그리고 너무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인의 총기 보유는 서부개척 당시 '자신은 자신이 방어해야 한다' 는 원칙에 기초해 만들어진 헌법 제2조의 수정조항으로 정당화됐다.

이 조항은 "모든 국민은 총기를 소지할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다" 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서부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지만 인식은 그대로다. 총기 전시회때는 신원조회 없이도 총기를 살 수 있을 정도다. 총기 매매업자들의 엄청난 로비력의 결과다.

둘째로는 TV속에 등장하는 노골적인 폭력장면이 꼽힌다. 폭력과 잔인함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아무런 죄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모방범죄를 저지르도록 방조하고 있다.

인터넷 역시 총기 사고를 조장하는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컬럼바인 고교의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인터넷의 어떤 웹사이트는 마음만 먹으면 쉽사리 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폭발물이나 무기 제조법을 아무 제재장치 없이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총기 난사 원인의 외적 요인들이다.

심리학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상대적 박탈감에서 시작된 미국인들의 자포자기 성향에서 찾고 있다. 남들은 잘 사는데 왜 나는 이 모양으로 살아가야 하느냐는 분노감이 '이럴 바에는' 하는 이판사판 식의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같은 박탈감은 미 역사상 최장기 경제호황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템플대의 심리학 교수 로런스 스타인버그 박사는 "아무런 식별능력이 없는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이 무엇인가 결과로 나타나주기를 바라며 때론 결과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향도 있다. 총기류를 어린이들의 손에 닿지 않도록 보관하는 것만이 최고의 예방" 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현행 총기법의 허점>

▶총기 판매점 안전기준 부재

▶일반적인 안전기준 부재

▶미점검 총기 공공연한 판매

▶소수 인종에 의한 총기 매매

▶전매(轉賣)기록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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