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발언 김홍신의원 '절묘한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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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치적 비판의 한계를 넘어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 그러나 부지런하게 의정활동을 벌인 점을 고려, 의원 신분은 유지한다' .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金大彙부장판사)는 9일 '공업용 미싱' 발언과 임창열(林昌烈)경기도지사의 사생활을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사진)의원에 대해 이런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형법상 모욕죄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죄(후보자 비방)를 적용, 金의원에게 벌금 1백만원과 벌금 8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백만원 이상, 그밖의 죄로 징역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金의원이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해온 점 등을 감안,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는 형을 선고하지 않는다" 고 덧붙였다.

金의원은 1998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정당연설회에 참석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며 "거짓말한 만큼 입을 꿰맨다는 염라대왕이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할 것" 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여당은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 도를 넘었다" 며 고소했고 검찰은 林후보에 대한 비방발언까지 추가해 기소했었다.

金의원은 이에 대해 "정치적 수사를 놓고 기소까지 한 것은 군사정권에서도 없던 일" 이라며 반발했고 결심공판에서 판소리까지 하며 정치적 발언의 자유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법원은 결국 金의원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모욕죄는 당사자가 고소를 하면 대부분 유죄가 인정되는 '걸면 걸리는' 조항. 이 때문에 대부분 약식기소되지만 검찰이 굳이 불구속기소한 만큼 재판부로서도 재량권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재판부는 "특정정당 입당여부나 혼인 경위는 후보자의 직무수행 능력이나 자질과 관련없다" 며 林후보를 비방한 내용에 대해서도 후보자 비방죄를 적용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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