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휴대전화 차단 미국서 서비스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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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에서 운전 중 휴대전화를 자동 차단하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공연장 등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 차단 서비스가 차량으로 옮긴 셈이다.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은 22일 줌세이퍼, 이지스 모빌리티, Obd에지 등 벤처기업들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무선 기지국을 통해 차량의 이동이 확인되면 휴대전화 사용을 차단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기본 서비스는 공짜로 제공하지만, 수신 e-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차량 스피커로 읽어주는 등 부가 서비스는 한 달에 5달러 정도를 물린다.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전원을 끄면 된다. 돈 한 푼 들지 않고 휴대전화로 인해 정신이 산만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건 휴대전화에 중독된 사람들이 전원을 끄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부 운전자는 차량에 핸즈프리 장비를 설치해 휴대전화 통화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이려 한다. 미 소비자가전협회(CT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91만8000개의 핸즈프리 장비가 설치됐다. 올해는 160만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업체들은 핸즈프리가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나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 고속도로안전청(NHTSA) 등의 조사에 따르면 핸즈프리 설치 여부와 관계없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운전자는 비사용자보다 교통사고 위험이 네 배나 높았다. 애드리언 런드 미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원 (IIHS) 원장은 “운전자가 핸즈프리를 사용하더라도 통화하다 보면 운전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 커피업체 커뮤니티 커피는 3년 전부터 400여 대의 이 회사 소속 트럭운전사에게 운행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결과 교통사고건수를 30%나 줄였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트럭 한 대당 매월 5달러의 이용료를 내고 Obd에지의 휴대전화 차단 서비스에 들었다. 미 보험사 네이션와이드는 지난달 이지스 모빌리티와 제휴해 휴대전화 차단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에게는 자동차보험료를 5% 할인해 주겠다고 밝혔다. 미 최대 자동차보험사인 스테이트 팜도 할인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미 무선통신업체나 CTIA는 운전 중 휴대전화 차단 서비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음성인식과 소리·문자 상호전환 기술을 도입하면 운전 중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포드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동 개발한 싱크(Sync)라는 장치는 운전자가 통화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대면 휴대전화에 입력된 번호로 전화를 걸고, 수신된 문자메시지를 스피커로 들을 수 있게 한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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