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집도 회사도 PC끼리 네트워크 정보혁명의 새로운 바람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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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컴퓨터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필수 요소가 되지만, 컴퓨터는 눈 앞에서 사라진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몇 해 전 예측한 미래의 컴퓨팅 환경이다. 컴퓨팅은 가속화되지만 역설적으로 컴퓨터는 사라지는 세상인 ‘PC 없는 컴퓨팅’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 모든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공용 서버에 올려놓은 뒤 네트워크를 통해 다수의 사람이 나눠 쓰는 ‘서버 기반 컴퓨팅(SBC)’이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7월 MS의 윈도 계열 서버를 바탕으로 전체 회사 네트워크에 SBC 플랫폼을 구축하고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가는 LG CNS가 그 주인공이다. 대기업이 전사적으로 SBC를 추진한 세계 첫 사례다. 1만여 명의 임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들은 개인용 모니터와 마우스·키보드만으로 구성된 단말기로 모든 컴퓨팅 업무를 처리한다.

콘텐트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공유하는 이 같은 SBC 트렌드는 사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본격적인 정보혁명이 시작된 것은 일반인들에게 PC가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였다. 당시 PC가 대중화되면서 정보의 급격한 팽창을 가져왔다. 하지만 PC 간 정보 공유 수단은 저장용량이 360KB에 불과한 플로피 디스크가 전부였다. 정보를 공유하고 교환하려면 원하는 정보를 제한된 용량의 디스크에 담아 직접 이동해야 했다. 그러다 89년 인터넷에 연결된 PC들을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 세계적 정보공간인 ‘월드와이드웹(WWW)’이 등장했다. 지구상 PC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PC는 없고 네트워크만 존재하는’ SBC 시대를 목전에 두게 됐다. 지금까지 정보혁명은 이처럼 ‘PC와 웹을 연결’하는 방향이었다.

이런 정보혁명에 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정보기술(IT) 업계가 ‘PC 간의 연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PC 자체의 저장용량이 테라바이트(TB)급으로 엄청나게 확장되면서 개인이 PC에 소장한 정보의 양과 가치도 급증했다. 또 ‘1가정 다(多)PC’가 보편화되면서 가정 내 PC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필요도 대두됐다. 가정 내 여러 대의 PC를 간단한 클릭만으로 네트워크로 연결해 손쉽게 콘텐트를 공유할 수 있는 윈도7의 ‘홈그룹’ 기능이 그 대표적인 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앞으로 더욱 눈에 보이는 컴퓨터 자체보다는 효율적으로 콘텐트를 활용하게 하는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개발 전쟁을 벌일 전망이다.

김 제임스 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jameskim@micro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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