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문창극 칼럼

후대의 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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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무도 미래를 앞질러 가보지 못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 사업을 하고 난 후 우리의 강줄기들이 더 쓸모 있고 아름답게 변했다면 “그때 반대에 못 이겨 사업을 안 했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고 정말 생태계에 변화가 온다면 “그때 좀 더 강하게 반대할 걸”이라고 후회할 것이다. 여기에는 전문가들도 도움이 안 된다. 그들도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가장 온당할까. 우선 환경과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라면 국토를 가꾸고 다듬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잘사는 나라, 선진국일수록 국토 구석구석에 사람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다. 물론 자연상태로 보존해야 할 곳은 당연히 보존해야 한다. 국립공원이나 그린벨트 같은 곳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자산이 된다. 그러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땅, 우리가 능력만 있다면 살기 좋고 보기 좋게 가꾸어야 한다. 그것도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그 점에서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도롱뇽 몇 마리를 살리자고 떼를 쓰는 바람에 몇천억원을 날리는 그런 어리석음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4대 강 사업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냐의 문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토목공사에 돈을 들이는 것이 이 시절 과연 최적의 사업이냐고 묻는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미래지향적인 곳에 자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경쟁력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한다.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이라든지, 기술혁신, 또는 기초적 연구 등에 집중투자가 있어야 미래가 있다. 금융위기로 빚어진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돈을 풀어 사업을 일으켜야 한다면 그 용처가 좀 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지금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안전망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먹고 사는 데 우선 쓰자는 주장이 있다. 소위 복지파, 좌파들의 주장이다. 나는 4대 강 사업이 복지파들의 ‘쓰고 보자’는 식의 발상보다는 나은 대안이라고 보지만, 우리의 미래 경쟁력을 고려할 때 가장 적절하고 시급한 사업인가에는 회의를 갖고 있다.

이런 사업은 미래와 연결되어 있는 사업이다. 그 수혜자나 피해자는 다 미래의 후손들이다. 어떻게 하면 후손들에게 아름답고 편리한 땅을 유산으로 물려줄 것인가의 문제다. 이는 정쟁거리가 될 일이 아니다.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 민주당 출신의 지자체장들은 대통령과 함께 기공식에 참석해 웃고 있는데 그 당은 국회에서 예산심의를 보이콧하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니 모든 문제가 국회로 가면 정쟁으로 변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다음 선거는 해보나 마나이니 무조건 막아야 한다’ ‘대통령의 치적으로 남겨야 할 성역사업이니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들은 모두 정파적이며 근시적이다.

우리는 누구나 미래를 모른다. 그러나 과거가 현재에 연결되어 있듯이 현재는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현재를 제대로 살면 제대로 된 미래가 오게 되어 있다. 그것이 역사다. 현재의 바른 마음, 합리적인 판단이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런 사업은 바로 그런 마음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한 곳을 시범적으로 해보고 그 결과를 봐가며 확대 여부를 결정하면 좋을 것이다. 재앙인지 축복인지 금방 현실 체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한 영산강과 낙동강부터 시작한 후 성공하면 한강과 금강으로 확대해도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얼마든지 여야의 지혜를 모을 수 있다. 우리 후대에게 물려줄 땅에 관한 일이니 당연한 일 아닌가.

문창극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