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 사랑을 나누는 한국의 젊은이들…인도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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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인도의 캘커타에서 북서쪽으로 35㎞ 떨어진 서벵골주 방가르 마을. 빈민구제 민간단체인 남인도 보건협회(SHIS)에는 인근 주민 2백여명이 일요일인 2월 20일 이른 아침부터 진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어떤 사람은 릭샤(자전거에 손수레를 단 교통수단)에 실려서, 어떤 사람은 아파서 칭얼대는 아기를 안고 묵묵히 순서를 기다렸다.

SHIS의 오합(Wohab.51)사무총장은 중앙일보 국제NGO 인턴.봉사단 2차 파견단에게 "하루에 환자 1천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대부분 폐렴.피부병.위장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의사도 약품도 부족하다" 며 업무를 설명했다.

영화 '시티 오브 조이(City of Joy)' 의 배경이기도 한 SHIS는 의료봉사단체로 1970년대초 출범했지만 지금은 지역주민 계몽과 자활지원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이곳에서 봉사활동에 참여중인 임은영(任恩永.26.여.서울예술대)씨 등 6명은 어느새 SHIS의 운영과 자활지원의 중심축이 됐다.

SHIS 2층에 일요일마다 마련되는 자조(自助)그룹(Self Help Group) 모임은 任씨와 양진아(梁眞阿.20.여.조선대)씨가 이끌고 있다. 이날도 任씨와 梁씨는 마을주민 1백여명이 저축할 돈을 받아 장부에 정리하고 있었다.

평소 이들은 인근 40여개 마을을 다니며 저축 개념을 심어주며 자조모임을 만들어 줬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자조모임은 6개월동안 50여개가 더 늘어났다.

어느덧 뱅갈말도 유창해진 梁씨는 "더러운 늪의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등 환경개선에 대해 잘 모르던 주민에게 자활의지를 불어넣어 준 것이 무엇보다 뿌듯하다" 고 말했다.

같은 시각 1층에 마련된 모자보건부(MCH)에서는 李송이(22.여.한양대)씨가 젖먹이(2)를 데리고 온 비비(27.여)의 몸무게와 혈압을 재고 있었다.

이자명(李姿明.23.여.경북대)씨는 6~11세 농아 15명의 보모 역할을 맡았고, 강윤정(姜玧禎.23.여.제주대)씨는 탁월한 회계실력으로 SHIS의 살림살이를 담당했다.

SHIS에 파견된 2차 자원봉사자중 가장 어린 고경희(高炅希.21.여)씨는 "열악한 생활 환경과 음식 때문에 고생스러울 것 같지만 열심히 봉사하겠다" 고 다짐했다.

다른 봉사팀 문성식(文聖植.27.충남대)씨 등 5명은 이틀을 꼬박 이동해 지난해 싸이클론으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오리샤주 모후다 마을에 24일 도착, 인도판 '새마을 운동' 지도에 나섰다.

인도 캘커타〓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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