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파 과반 안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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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노선이냐, 민주 개혁이냐."

중국의 행정특구인 홍콩의 앞날을 결정할 홍콩 입법회(의회 격)의원을 뽑는 투표가 12일 실시됐다. 지역구에서 30석, 직능 단체에서 30석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파는 57명(지역구 43명), 친중파는 46명(지역구 32명)의 후보를 냈다.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간 뒤 세번째 치르는 입법회 선거전에선 직선제 전면 도입과 경제.민생 안정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대 관심은 민주파 정당이 과반 의석(31석)에 얼마나 근접하느냐였다.

민주파 후보들은 "2007년 행정수반 선거(현행 간접선거)와 2008년 입법회 선거를 직선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친중파는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중국 대륙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초 "홍콩에서 2007년, 2008년 전면 직선을 실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날 18세 이상 지역구 유권자(320만명)는 오전 7시30분(현지시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502개 투표소에 마련된 하얀색 투표함에, 직능 단체에 등록한 유권자(19만9539명)는 붉은색 투표함에 표를 던졌다.

이번 투표율은 2000년(43.5%)보다 높아져 50%에 육박했다. 선거 전날 홍콩대의 여론조사 결과에선 유권자 중 38.9%가 민주파를, 10.7%가 친중파를 지지할 뜻을 밝혔으나 직능대표 선출에다 5개 대선거구에서 4~8명을 뽑는 복잡한 선거제도 때문에 민주파의 의석은 25~27석에 그칠 전망이다.

지역구의 경우 투표가 끝난 직후 발표된 출구 여론 조사에서 민주파 정당은 18~20석, 친중.중도파 정당은 11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앞서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민주파 후보의 매춘 행위가 적발되는 등 민주파 정당의 각종 스캔들이 잇따라 당초 예상보다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11일 대변인 성명에서 "홍콩의 선거 양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홍콩인의 민주 쟁취 의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 관찰'의 중견 간부인 밍키 워든은 "중국이 민주파를 위협하고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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