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병역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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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징병 신검장,
"1급 현역 입영대상!"
어머니 말씀,
"어떻게 키웠는데, 당연 1급이지."
그렇게 시작한 육군 보병 소총수.

"이병 ○○○"
목이 터져라 관등성명 외치고
가방끈 길다고
예쁜 누나 없다고
삽자루 제대로 못 잡았다고
복무신조 못 외웠다고
창고 뒤에서 혼나고 굴렀다.

행군으로 부르튼 발바닥
영하 20도 산속에서 보낸 혹한기
진흙탕에서 구른 유격훈련
화장실 구석에 홀로 앉아
뜨거운 눈물을 삼킨다.
"보고 싶어요. 어머니…"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어김없이 가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들
모두 반납하고 당당히 나간다.

제대 후 직장생활.
내 인생의 즐거움은 프로야구.
홈런이다, 역전이다.
오늘 술 내가 산다.
야구는 내 인생의 절반!
함성과 맥주 한 모금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스트레스, 분노…
김 선수의 방망이, 이 선수의 강속구에
모두 모두 저 멀리 사라진다.
야구선수는 나의 꿈이요, 우상.

그런데 뭐?
김 선수가 비리로 군 면제되고
이 선수가 소변검사를 조작했다고?
꿈이고 우상이고 다 필요 없어.
모두 집어넣어!
우리 스트레스를 풀어주긴커녕
되레 가슴에 못을 박다니…

어, 그런데 한둘이 아니네.
이러다가 내 인생의 즐거움 하나가
사라지면 어떻게 하지?

일부 야구선수의 병역비리가 '프로야구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1, 2군을 합쳐 50여명의 선수를 보유한 한 구단의 경우 소속선수 40여명의 이름이 의혹자 명단에 들었을 정도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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