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상'받은 울산 현대차노조 '아줌마 근로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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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한 뒤 받았던 울분과 고통이 조금 풀리는 것 같군요. 복직운동하는데 큰 힘이 되겠어요. "

7일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제12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을 받은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 식당 1백44명의 '아줌마 근로자' 대표격인 최종희(崔鍾姬.58.식당운영위원장)씨의 말이다.

식당의 젖은 일만 해 온 이들 아줌마 부대는 1998년 7월 해고된 후 줄곧 원직복직 투쟁을 벌여 여성권익신장과 여성운동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수상소식을 들은 아줌마들은 외로운 투쟁을 벌여오면서 당한 설움 때문인지 눈물을 쏟았다.

근무연수가 14년 이상인 아줌마들은 평균 48살. 대부분 두세 명의 자녀를 거느린 어머니 가장들이다.

온순하기만 하던 이들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선 것은 지난해 8월부터. 회사측이 이들을 해고함과 동시에 6개의 구내 식당 운영권을 노조측에 넘기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현대자동차 정식 직원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임금은 40% 정도 준 반면 음식종류를 두 가지 이상 차리도록 해 일은 배로 늘었다.

이들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해 4월 '식당운영권이 노조에 승계돼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 는 판정을 내리자 한데 뭉쳤다.

이때부터 하루도 빠짐 없이 출퇴근 때 한두 시간씩 억울한 처지를 호소하는 외로운 투쟁을 계속했다.

회사측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재산과 급여를 가압류해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1월초엔 13일간 단식투쟁 끝에 노조측이 원직복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이들은 현재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운영하는 6개의 노조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崔씨는 " '여성은 생계 책임이 없어서 해고해도 괜찮다' 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며 "노조와 회사측이 협상하고 있어 조만간 실마리가 풀릴 것" 이라고 말했다.

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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