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로 주택가 주차난 가중-대구 대명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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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단독주택에 사는 朴모(34.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밤마다 '주차전쟁' 을 치른다. 주택가에 들어선 대형 이삿짐 운송차량과 사다리차가 朴씨와 인근 주민들의 주차공간을 점령해버리기 때문이다.

朴씨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인근 미군부대 담장을 따라 설치된 노면주차장을 이용하려 해도 화물차량들이 점거하고 있어 동네를 몇바퀴씩 돌기 일쑤다.

朴씨는 "주택가 골목도 주차난이 심각한데 큰 화물차까지 세워두면 어떡하느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화물차량들이 지정된 차고지 대신 주택가에 마구 주차하는 바람에 대구시내 주택가 주차난이 가중되고 있다. 또 사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도.단속해야 할 행정기관은 규제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다.

북구 침산3동 동아2차아파트 일대도 화물차량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파트 진입로 도로변에 대형 화물차량이 밤이면 10여대씩 주차해 화물차량기지를 방불케 한다. 주민들은 "대형 화물차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 사고 우려도 높다" 며 불만이다.

주차난을 덜기 위해 설치된 주택가의 공영주차장도 화물차들의 단골 주차장. 아파트 밀집지역에 마련된 수성구 범물동 공영무료주차장은 승용차보다 이삿짐 운송차량 등 대형 화물차량들로 늘 더 붐빈다.

6일 밤 10시쯤 이곳에 주차된 차량은 모두 60여대. 확인 결과 이 가운데 40여대가 화물차량이었다.

차량번호가 대구80아15××인 D익스프레스, 크레인을 실은 대구91아21××, 쓰레기운반차 등 각종 화물차량들이 세워져 있었다.

주민 김덕수(47)씨는 "밤 늦은 시간이면 아파트단지에 주차할 곳이 없어 이곳에 차를 세워두곤 하는데 이들 대형차들 때문에 골칫치를 앓는다" 고 말했다.

이는 영업용 화물차의 경우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별도 차고지를 두고 있지만 운행편의 등을 이유로 지정주차를 꺼리기 때문. 화물차 운전자 朴모(55)씨는 "차고지는 등록을 위한 형식에 불과하다" 며 "많은 차들이 운행편의를 위해 집 부근에 주차한다" 고 털어놨다.

더욱이 차고지외 주차에 대한 마땅한 단속규정이 없어 행정기관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차고지외 주차를 단속하던 밤샘주차 규정이 지난해 폐지되는 바람에 불법 주.정차 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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