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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 사법처리 4당4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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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역감정 조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1여(與)3야(野)가 4당4색의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총선가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이 문제에 잘못 대응할 경우 각자의 총선구도가 헝클어진다는 치밀한 득표 계산법이 반영돼 있다. 민주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지역감정의 괴수' 로 표현한 민국당의 김광일(金光一)최고위원에 대한 법적대응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역감정엔 침묵이 최고" 라는 민주당의 '무대응'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DJ에 대한 비난만은 묵과하지 않던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도 '괴수' 발언에 대해 "개탄스럽다" 는 한마디만 했을 뿐 꾹꾹 눌러 참는 표정이 역력했다.

김한길 단장도 "김광일씨에 대한 법적대응은 지역감정에의 대응이라기보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에 대한 대응" 이라며 두 사안을 분리해 달라고 했다.

한 당직자는 "민국당 바람이 주춤해 수도권 총선은 결국 한나라당과의 대결이 될 것" 이라며 "무대응 원칙을 유지하되 DJ를 겨냥한 무분별한 직접공세는 강도 높게 차단, DJ대 반(反)DJ 총선구도를 저지할 것" 이라고 했다. 선별분리 전술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사법처리 반대를 분명히 하며 한발 뺐다. 서청원(徐淸源)선대본부장은 "지역감정 문제를 법의 잣대로 접근하면 신종 관권선거 시비를 초래한다" 고 했다.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은 "해법은 극심한 지역편중 인사를 고치는 것뿐" 이라고 거들었다.

지역감정 발언을 쏟아내는 민국당측에 법의 메스가 가해질 경우 영남 민심에 동정론의 역풍(逆風)이 불어 민국당으로 표가 쏠린다는 우려 때문. 한나라당측은 민국당 김광일 최고위원이 제소방침을 듣고 "가만히 있어도 당선되겠다" 고 한 발언을 환기했다.

자민련도 "지역감정 문제는 사법처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李圭陽부대변인)며 공식적으로는 반대입장이었다. 지역감정 문제의 한복판에 JP가 있는 탓이다. 그러면서도 JP발언으로 인한 충청권 실리(實利)가 쏠쏠했던데다, 사법처리의 타깃이 자신과 민국당으로 분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국당 김광일 최고위원은 파문이 확산하자 '괴수' 발언을 취소했다. 하지만 영남정서 자극이라는 당차원의 기본전략은 변화가 없는 분위기다.

김철(金哲)대변인은 "DJ정권에 대한 영남의 지역감정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며 "우리당 인사들의 발언은 지역정서를 대변하는 것" 이라고 반박했다. 여권의 사법처리 압력에도 불구하고 민국당은 영남권 자극 전술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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