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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人大 주요쟁점] 3.WTO가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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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6년 전 도입된 중국 이동전화기의 보급은 올해 7천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 이동통신 시장은 유럽의 GSM과 한.미가 주도하는 CDMA(부호분할다중접속)의 결전장이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엔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갑자기 CDMA방식의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을 전면 보류한 것이다.

3월 초로 예정된 CDMA 시스템 공급업체의 입찰 결과 발표도 무기 연기됐다. 입찰에 참여한 삼성전자 등 세계 12개 업체가 후끈 달았다. 중국측의 비공식적인 설명은 제3세대 이동통신(IMT-2000)시대로 곧 넘어갈 텐데 CDMA 사업은 중복투자라는 지적이 내부적으로 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CDMA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IMT-2000으로 비약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무리라고 한다. 중국은 그저 핑계를 대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측 관계자에 따르면 미 의회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에 관한 중.미 합의를 비준하지 않고 있는 게 진짜 이유라는 설명이다.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카드로 쥐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정부업무보고에서 주룽지(朱鎔基)총리는 역대 보고 중 처음으로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WTO 가입에 따른 변화가 많아 목표 경제성장률의 실현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6일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쩡페이옌(曾培炎)주임도 전인대 사회.경제 발전 보고에서 물가 억제선을 밝히지 않았다. 마찬가지 이유다.

중국은 현재 WTO 가입과 이에 따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베이징(北京)청년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인들이 올해 전인대의 주요 의제로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이어 WTO 가입 준비를 꼽았다는 내용이다.

전인대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WTO 가입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 첫째가 대(對)국민 설득. WTO 가입의 당위성을 설명해 반대파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것이다. 시장개방에 따라 농민과 경쟁력이 약한 자동차.의약.화학 관련 기업들이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된다.

이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장쩌민(江澤民)주석은 연초부터 충분한 보상을 거듭 약속하고 있다. 전인대 대표들도 WTO 가입에 따른 득이 실보다 많다는 주장을 곳곳에서 펴고 있다.

둘째는 법률정비다. 저명 경제학자로 전인대 재경위 부주임인 리이닝 교수는 중국의 거의 모든 법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변호사법과 세법.계약법.증권법 등의 대폭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대외경제무역 관련 법규의 경우 2천여 조항을 새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무원의 소식통은 오는 5월께 중국이 WTO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로부터 5년 이내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모든 법령을 완벽하게 정비해야 한다. 입법기관인 전인대도 그만큼 바빠질 수밖에 없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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