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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투자·벤처자금 유치 "서둘면 낭패 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서울 삼성동에 있는 한 인터넷 벤처기업은 창투사 자금을 유치해 경영 사정은 나아졌지만 고민에 빠졌다. 창투사가 시시콜콜 간섭하기 때문이다. 사장의 판공비 내역까지 꼬투리를 잡는가 하면 계열사로 취급 하려는 인상을 받았다.

서울엔젤클럽에 가입한 한 개인투자자는 코스닥 등록 예정이란 얘기에 솔깃해 여유자금 전부를 털어 넣었다가 요즘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그 기업의 코스닥 등록이 늦춰진데다 개발한 기술이 시원치 않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열풍이 열기를 더하면서 투자자금을 유치한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한 개인의 낭패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투자전문 컨설팅업체인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의 이정조 사장은 "투자 열풍에 휩싸여 앞뒤 안따지고 투자하거나 회사 사정이 급한 나머지 자금을 지원받았다가 투자자에게 발목 잡힌 벱처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고 말했다.

기업투자 전문가들이 권하는 벤처투자 유치와 엔젤투자 실패율을 줄이는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벤처기업 투자유치 맹점

▶투자관련 내용은 계약서에 꼼꼼히 명시하라〓회사가 잘될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사정이 어려워지면 창투사를 포함해 투자자들에게 시달리게 마련이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려 무리하게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라고 종용하는 등 경영 간섭이 심해진다. 주주나 투자자의 경영참여 범위를 투자계약서에 명확히 해야 한다.

▶초기 기업가치에 얽매이지 마라〓벤처창업이 늘어나면서 같은 연구원 출신이거나 동기생의 벤처창업이 적지 않다. 투자 자금을 받을 때 "이 기술과 경력이라면 다른 회사(동기생)보다 돈(주식가치)을 더 받아야 한다" 며 고집부리다 투자유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초기 기업가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승부는 코스닥 등록이나 상장 이후에 결판난다.

▶벤처기업인으로부터 투자받을 때 한번 더 생각하라〓벤처기업은 기술이 생명이다. 벤처기업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근 벤처기업들이 투자펀드를 만들어 직접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가려서 받는 것이 안전하다.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투자받으면 유리하다〓변호사.세무사.금융인.이공계 대학교수 등과 같은 전문가들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기업경영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작전 세력에 넘어가지 마라〓액면가의 몇십배를 주겠다고 나서는 투자자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주식가격을 터무니없이 튀기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기업 신뢰도가 떨어지고 경영에 짐이 될 수 있다.

무분별한 엔젤투자 금물

▶기대 수익을 낮춰라〓서울 상계동 L씨는 한 벤처기업의 주식를 주당 1만원에 5백만원을 투자했다. 그 뒤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 회사에 투자한다는 호재성 재료가 나와 주가는 장외시장 투자 때보다 5배 넘게 뛰었다. L씨는 망설이다가 과감히 주식의 절반을 처분했다.

그는 이 정도의 매각만으로도 투자원금의 두배가 넘는 이익을 챙겼다. 코스닥 등록이후에도 상당한 돈을 벌 가능성이 있지만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이로써 L씨는 원금 회수는 물론 다른 유망 벤처에 대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두가지 목표를 달성했다.

▶경영 참여도 생각하라〓대기업 이사 출신인 K씨는 예상 수익률보다 경영참여에 더 관심이 많았다. 자신의 재무.회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벤처기업에 퇴직금의 상당 부분을 투자했다. 그 벤처기업은 K씨의 재무.회계능력을 높이 사 그를 사외이사로 채용했다.

▶벤처기업의 기술이 경쟁력이 있는지 따져보라〓일반 투자자는 사업계획서를 아무리 뜯어 보아도 기술을 측정할 능력이 없다. 대학교수 등과 같은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관련 업종의 대표적 회사에게도 문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벤처투자도 주식투자처럼 하라〓주식투자처럼 벤처투자도 한곳에 집중하면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 투자금액을 쪼개 분산 투자해야 한다. 벤처투자의 성공률은 10%도 안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엔젤투자도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

▶벤처투자로 '벤치' (bench)신세 된다〓벤처투자에서 성공하면 '벤츠' 를 탈 수 있지만 투자에 실패하면 '벤치' 신세가 된다. 엔젤투자의 실패가 잦으면 자신의 투자패턴을 전문가에게 컨설팅 받을 필요가 있다.

고윤희 기자

◇ 도움말 주신분〓^최동규 전 중소기업연구원장^여경 서울엔젤클럽 책임컨설턴트^이정조 향영21C리스크컨설팅 사장^이창수 ㈜플래티넘기술투자 사장(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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