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욕먹어도 남는 장사"…민국당, 계산된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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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득표전략에는 '욕먹는 건 잠시뿐, 이윤은 오래간다' 는 믿음이 깔려 있다.

민국당은 지역감정 불지르기에 바쁘다. "단시일에 지역거점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역감정 논란을 일으키는 게 가장 효과적" 이라는 점을 민국당 관계자들도 인정한다.

'영도다리 자살론' '영남정권 창출론' 을 꺼낸 민국당은 6일 더욱 노골적인 표현으로 이 문제에 다가섰다. 김광일(金光一)최고위원은 구미 지구당대회에서 "지역감정 덕택에 옆동네와 동업해 대통령이 된 사람이야말로 지역감정의 괴수(魁首)중 괴수" 라는 말로 김대중 대통령을 비난했다.

金위원은' "검찰총장이 지역감정 조장행위를 처벌한다고 하는데, 백% 지역감정 때문에 대통령을 하고 싹쓸이를 한 그런 사람보고 먼저 하야하라고 해야 한다" 고 원색적으로 말했다.

그는' "병신같은 놈을 우리 동네 사람이라고 찍어주는 게 지역감정이지 큰 사람을 밀어주는 것은 지역감정이라고 할 수 없다" 며 "대통령이 되려면 확실한 자기 지지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이회창씨는 지지기반을 깎아먹고 있다" 고 거칠게 비난했다.

민국당의 이런 접근자세는 여론에 어떻게 투영될까. 영남쪽 후보들은 "두들겨 맞는 것은 잠시뿐, 유권자들의 관심이 우리에게 쏠릴 것" 이라고 주장한다.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부여발언 이후 충청권에 이른바 '녹색바람' (자민련 당기의 배경색)의 기운이 감돈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감정 전략의 이윤 계산법에는 부작용이 있다.텃밭 이외의 지역에선 역풍(逆風)을 맞는다.부메랑 효과다.

김동주(金東周.부산 해운대-기장을)의원이 이날 자민련을 탈당했다. 金의원은 "부산정서에서 자민련 간판으론 도저히 안되겠다" 며 민국당으로 출마할 뜻을 밝혔다. 그는 "당이 충청.경기권에만 힘을 쏟고 영남쪽 배려는 전무한 상태" 라고 덧붙였다.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철언(朴哲彦.대구 수성갑)의원은 "현실적 이익을 좇아 다니진 않겠다" 면서도 "민국당의 (입당)간접제의가 있었고 (지역)상황이 엄청 어렵다" 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경남쪽의 한 후보는 "어느 한쪽에서든 지역감정이 불붙으면 누구도 막지 못한다" 며 "지역구도로 짜여진 현 4당체제에서 텃밭 출신이 아닌 후보자들만 희생될 것" 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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