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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美 벤처도 구조조정 홍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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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해 11월 창업한 미국의 온라인 여성용품 판매업체 위민닷컴(http://women.com)은 석달도 채 안된 지난달 문을 닫았다.

쉽게 생각하고 창업했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기존 유통업체를 제치고 창고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고 배달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 회사 밸류 아메리카(Value America)의 최고경영자 글렌다 도첵은 최근 6백명 전직원을 한 호텔에 불러모은 뒤 폭탄선언을 했다. "오늘부로 전직원의 절반 가까운 2백80명을 해고하겠다" 는 것이었다. 지난해 4월 나스닥시장에 상장될 때만 해도 한때 74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과다한 투자와 내부갈등을 겪으면서 현재 4.34달러로 곤두박칠쳤다.

워싱턴포스트지는 5일자 '뉴이코노미의 악몽' 이란 특집기사에서 벤처기업들의 대량해고.폐업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벤처붐을 타고 무조건 창업에 나섰던 벤처기업들이 줄줄이 도태되면서 제조업체들의 일로만 여겼던 '리스트럭처링' 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 왜 그런가〓지나친 확장전략이 문제? 기프트 서티피케이트닷컴의 경우 지난 4분기 매출이 1천2백만달러였다. 같은 기간 TV.라디오.인터넷 등을 통해 광고비로 지출된 돈은 무려 1천만달러였다. 그러나 이 회사 고객 중 언론매체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은 6%에 불과했다. 뚜렷한 수익 비전도 없는 상황에서 과다한 투자를 하다보니 손실폭이 커졌고, 그런 가운데 경쟁업체들이 우르르 달려들자 투자자들이 떨어져 나갔다.

짧은 기간에 회사가 급팽창하면서 내부적인 문제로 인한 갈등도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홀 앨런과 페더럴 익스프레스의 프레드 스미스 회장이 후견인으로 나설 정도로 번창하던 밸류 아메리카의 경우 창업자가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화를 자초했다. 회사 내부에 창업자파와 전문경영인파로 인맥이 형성되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지체됐고 결국 회사의 경영상태도 엉망이 됐다.

수익구조 취약이라는 벤처기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기업들도 있다.

각종 언론으로부터 '가장 스마트한 전자상거래 업체' 란 평가까지 받았던 온라인 장난감 판매업체인 e-토이와 사이버숍닷컴은 손실액이 늘어나는 만큼 매출액이 따라주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 앞으로는 어떨까〓전문가들은 벤처열풍으로 인한 초기 '묻지마 투자' 가 사그라들고 '옥석 가리기' 가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 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조사하는 비즈 레이트사의 조사 결과 전자상거래로 인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지난해 83.6%에서 올해 84%로 거의 변함이 없었다.

벤처회사의 적자폭이 늘어나도 "초기 투자 때문에 그렇겠지" 라고 여기던 투자자들도 이제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뉴스닷컴의 칼럼니스트 앤디 홀리데이는 "비록 벤처의 미래가 밝기는 하지만 이제는 확실한 브랜드 로열티 파워와 유통망을 지닌 회사만 살아남는 구도로 재편될 것" 이라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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