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지방행정 개편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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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위원장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가 지방자치단체 통합의 최대 쟁점이던 특별시·광역시를 그대로 두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시·군·구 통합을 촉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광역시·도의 반발 같은 불필요한 정치 논란을 피하면서 2014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전국 230여 개 기초자치단체의 통합을 완료하겠다는 의미다.

◆시·도 경계 넘은 통합도 허용=특위의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시·도 간이나 시·군·구 간 경계를 넘는 통합도 가능해진다. 물론 해당 지자체들의 이해가 일치할 경우다. 이때 출현할 통합 지자체도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대로 통합시, 통합군, 통합구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광역시와 시 사이, 또는 시와 군 사이에 새로운 자치단위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경남 마산(40만 명)·창원(50만 명)·진해(17만 명)시가 통합하면 100만 명이 넘는 광역시급이 되면서 ‘마창진시’란 광역시 아래 ‘마산·창원·진해구’와 같은 행정구를 설치할 수 있는 셈이다. 특위는 그러나 최근 행정안전부의 자율통합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를 나누는 방식의 지자체 간 통합은 원천적으로 지방행정체제개편 기본법안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특위는 또 ‘일반·재정·분권’ 등 세 분야에서 파격적인 특례조항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먼저 통합지자체가 통합 전에 비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세수(稅收)와 공무원·지방의원 수 등에서 ‘불이익 배제의 원칙’을 적용받도록 했다. 가령 지방세수가 많은 기존 자치단체가 통합 후 거둬들인 세수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걸 막아준다는 의미다. 특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권경석 의원은 “첫 조건이 불이익 배제”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권 특례에는 인구 50만 명이 넘는 통합 시·군에 자치입법권과 교육자치권, 자치경찰제 실시 권한 등을 주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특위는 말단 행정단위인 읍·면·동을 미국의 커뮤니티위원회처럼 주민대표나 주민공동체가 운영하는 주민자치기구로 바꿔 ‘풀뿌리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향후 통합의 로드맵은=특위는 25~27일 수도권 및 충청권·영남권·호남권 등 4개 권역별 공청회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이 끝나면 국회에 계류 중인 여야 8개 법안을 통합한 기본법안을 12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허 위원장은 “여야 원내대표들이 2월 국회 처리를 합의했지만 가급적 12월 내 처리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초엔 대통령 직속의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를 발족하고 추진위가 1년 내 기본 종합계획을 마련해 2014년 5월 말까지 통합작업을 주도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단체장과 지방의회, 주민의 청구 등에 따라 통합추진위가 발족해 통합 자치단체의 명칭과 청사 소재지, 통합 시기 및 지역발전계획 등을 정하게 된다. 동국대 심익섭(행정학) 교수는 “광역시·도가 존치하더라도 인구 100만 이상의 통합 지자체가 출현하게 되면 ‘중앙정부-통합 시·군’ 간 직통이 가능해져 자치 기능이 일원화된다”고 평가했다.

정효식·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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