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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32% 인상 철회하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시위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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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UC버클리 학생들이 20일(현지시간) 교내에서 장애물을 치고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은 이날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벌였다. [버클리 AP=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항의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불경기로 가뜩이나 주머니가 가벼워진 상황에서 등록금을 크게 올려 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대학 측은 260억 달러(약 30조원) 이상의 빚더미에 빠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대학 지원을 대폭 줄여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는 입장이어서 갈등 해소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CNN·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사건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평의회(UCBR)가 19일(현지시간) UCLA에서 주정부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내년 등록금을 올해보다 32% 올리고 900명을 해고하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이를 통해 5억500만 달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재 7788달러(캘리포니아주 출신 기준)인 연간 등록금이 내년 1월 8373달러, 내년 8월 1만302달러로 오르게 된다. 미국 주립대학의 내년 평균 등록금이 올해보다 6.5% 오른 7020달러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폭이다. 여기에 기숙사비와 책값까지 합치면 2만 달러 가까이 들어간다.

이 같은 급격한 등록금 인상 결정이 전해지자 10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학생들이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다 100여 명이 체포됐다. UCLA 학생들은 19일 회의를 끝내고 집으로 가려는 UCBR 위원들의 길을 막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또 학교 건물로 들어가 수시간 동안 점거농성도 벌였다. UC데이비스 학생들은 이날 학교 본부 건물을 점거했다가 강제 진압되며 52명의 학생이 체포됐다. UC샌타크루즈에서는 학생들이 19일부터 나흘째 도서관과 학교 건물에서 연좌농성 중이다.

UC버클리에서는 20일 항의시위가 일어났다. 500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은 이날 오후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이 점거한 ‘휠러 홀’ 건물을 둘러쌌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엘리트만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교육을 필요로 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등록금 인상 철회”를 외쳤다. 건물 2층을 점거한 학생들은 메가폰을 들고 학생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또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1층 출입문에는 가구와 물품 등을 쌓아 뒀다. 경찰은 이날 오후 건물에 진입해 농성 중인 학생 41명을 체포했으나 바로 풀어 줬다. 이와 관련, CNN은 1960년대 베트남 반전시위가 재연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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