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백신·타미플루 호주와 바터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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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부가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백신을 필요할 때 다른 나라에서 빌려오고 필요 없을 때 빌려주는 ‘바터(barter·교환)’를 추진하고 있다. 협상 대상국은 남반구에 있는 호주다.

보건복지가족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신종 플루뿐 아니라 모든 신종 전염병에 대한 국제 협력 차원에서 치료제와 백신의 바터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게 성사되면 북반구(한국)와 남반구(호주)의 전염병 발병 시기가 달라서 두 나라가 안정적으로 치료제와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겨울철에 접어드는 10·11월께 한국은 호주로부터 타미플루와 백신을 공급받고, 한국에서 겨울이 지나 신종 플루가 잦아들 4·5월께 가을이 돌아오는 호주가 한국으로부터 백신 등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각국이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제공받게 된다. 백신 공급량이 부족해 시간에 쫓겨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비싼 값에 약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남반구 국가 가운데 한국과 바터를 할 만한 나라는 호주 정도다. 호주 인구는 2000만 명이 넘는 데다 500만 도스(1회 접종분) 이상의 독감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이런 생산력을 갖춘 나라는 미국과 영국·한국 등 10여 개국뿐이다.

특히 호주는 타미플루(또 다른 항바이러스제 리렌자 포함) 비축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의 62%에게 처방할 수 있는 타미플루를 비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플루엔자에 대비해 인구 20%가 사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도 인구 20% 수준인 1000만 명분을 항시 비축할 수 있도록 구매를 계속하고 있다.

◆백신접종 뒤 첫 마비 증세=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이날 “경기도에 거주하는 16세 청소년이 지난 16일 신종 플루 백신을 접종받은 후 팔과 다리의 근력이 저하되는(길랑-바레 증후군) 증상을 보여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 증상은 보통 백신을 맞은 뒤 1~2주 사이에 발생한다. 현재는 정상 상태로 돌아오고 있다. 보건 당국은 길랑-바레 증후군인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40여 개국에서 6500만 명이 신종 플루 백신을 접종받았으며 10여 건의 길랑-바레 증후군이 확인됐지만 모두 회복됐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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