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우승 같은 1승 … 3천 관중 기립박수 ‘꿈은 아니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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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가 끝나자 오색 축포가 터졌다. 쐐기 레이업슛을 넣은 정영삼은 라샤드 벨과 가슴을 맞부딪히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듯 얼싸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3000여 명의 홈 관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지옥에서 탈출한 게 아직 실감나지 않는 듯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환희와 눈물이 뒤섞인 13연패 탈출이었다.

전자랜드가 마침내 이겼다. 2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삼성을 74-71로 꺾었다. 지난달 18일 오리온스를 이긴 뒤 34일 만이다. 한 달 동안 전자랜드는 13경기를 내리 졌다. 1998~1999시즌 32연패한 동양(현 오리온스)에 이어 최다 연패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 사이 감독이 바뀌었다. KT&G와 선수 맞교환도 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자신감은 떨어지고 패배의식은 점점 깊어졌다. 옆에서 지켜보는 프런트의 얼굴까지 누렇게 떴다. 선수단은 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유 감독대행은 “하루 빨리 이기는 게 급선무”라는 대답만 도돌이표처럼 반복했다. 뿌리가 깊고 질긴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전자랜드는 3쿼터까지 센터 아말 맥카스킬의 맹활약에 힘입어 62-52로 앞섰다. 그러나 뒷심 부족이 또 문제였다. 전자랜드는 4쿼터 시작하자마자 연속 득점을 허용했다. 삼성은 무섭게 추격했지만 전자랜드는 3분이 지나고서야 첫 득점을 올렸다. 4쿼터 2득점에 그치며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친 지난 10일 동부전의 쓰린 기억이 되살아났다.

전자랜드는 종료 직전 71-72로 쫓겨 역전 기회까지 내줬다. 종료 7초 전 삼성 레더의 슈팅이 림을 맞고 나와 가까스로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농구 인생의 최대 위기”라며 마음 고생을 한 서장훈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리바운드에 가담했다. 6득점에 그쳤지만 공격 리바운드 3개를 포함해 팀 내 최다인 10리바운드를 잡았다.

경기 후 만난 유 감독대행은 쉰 목소리로 “힘든 시기를 잘 견뎌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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