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기량의 젊은 연주자들 윤이상 창조정신에 다가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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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윤이상(1917~95) 선생은 첼리스트였습니다. 가장 먼저 작곡한 협주곡도 첼로를 위한 것이었죠. 첼로는 윤이상 선생의 본질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2009 윤이상 국제음악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첼리스트 정명화(65)씨의 설명이다.

21일 경남 통영시에서 막을 내린 이번 콩쿠르에서 독일의 베를린 국립음대에 재학 중인 크리스틴 라우(25)가 1위에 올랐다. 본선에는 13개국 27명의 첼리스트가 참가했다. 결선 무대에서 드보르자크의 b단조 협주곡을 연주한 라우가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 1등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좋은 연주를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듯, 이번 콩쿠르의 수준은 높았다.

정명화씨는 “올해 콩쿠르에 나온 첼리스트들은 어느 한 사람도 빼놓을 수 없게 장하고 대견했다. 선생께서 살아계셨다면 이들의 모습을 보고 뛸 듯이 기뻐했을 것이다. 특히 동서양의 문물을 하나의 그릇에서 통합하려고 했던 선생의 창조 정신에 젊은 연주자들이 다가가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2위는 한국의 배지혜(21)씨가 차지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배씨는 슈만의 협주곡을 결선 무대에서 연주했다. 3위는 줄리아드 음대에 재학 중인 매튜 잘킨스(23·미국), 4위는 게오르기 아니첸코(24·벨라루스), 5위는 장성찬(21·줄리아드 음대)씨에게 돌아갔다.

순위와 상관없이 젊은 한국인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박성용 영재상’은 정윤혜(19·한국예술종합학교)씨가 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의 뜻을 기려 만든 상이다.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는 2003년부터 바이올린·피아노·첼로 부문을 돌아가며 매년 가을 통영에서 열리고 있으며, 2009 리즈 피아노 콩쿠르의 우승자인 소피아 굴리악(23·러시아), 서울시향의 첼로 부수석인 이정란(26) 등이 1위에 오른 바 있다.

올해 콩쿠르는 1차 본선에서 윤이상의 첼로 독주곡인 ‘활주’(1970), 2차 본선에서 ‘공간’(1992) 혹은 1950년 이후의 윤이상 작품을 과제곡으로 연주한 참가자들이 결선 무대에 올랐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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