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급 늘면 금융 기반 변화 통신·유통과 융합 움직임 대비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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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승유(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38년 동안 이 조직(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포함)에 있으면서 이렇게 힘든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맞아 최고경영자(CEO)가 겪어야 할 심리적인 고통이 만만치 않았음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머리도 많이 빠졌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하나금융지주의 주력 회사인 하나은행은 태산엘씨디 문제와 유동성 위기설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하는 통화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태산엘씨디는 금융위기로 원화가치가 급락하자 한때 8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손실(평가손실 포함)을 냈다. 태산엘씨디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자 부담은 계약을 중개한 하나은행이 떠안게 됐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우리 나름대로는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우리와 거래하는 기업의 리스크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태산엘씨디와의 거래 등으로 지난 1분기 3233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2분기엔 흑자를, 3분기에는 연간 누적 기준으로 흑자 전환을 했다. 지난해 12월 20억8800만 달러에 달했던 태산엘씨디 관련 통화파생상품 계약 잔액은 지난달 7억2000만 달러로 줄었다. 2분기 이후 원화가치가 회복되면서 손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부담도 크게 줄었다.

그는 “위기를 겪으면서 유동성 비율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높게 유지하느라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며 “이젠 성공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만큼 리스크 관리를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예상 순이익에 대해 “시장에서 15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연간 3000억원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의 경영 전략에 대해서는 통신·유통과의 융합(컨버전스)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지면 금융의 기반이 바뀔 수 있다”며 “금융과 통신, 유통 간 융합 움직임은 발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설립한 자회사인 하나카드와 SK텔레콤 간의 제휴 추진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SK텔레콤과 손을 잡는 게 맞지만 지분을 나눠 갖는 것 이외에 업무제휴를 맺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 분야에 대해서도 “제휴를 확대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 회장이 관심을 갖는 곳은 중국과 인도네시아다. 그는 “최근 베이징대에서 강연을 했는데 경제 성장률과 위안화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중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중국의 동북 3성과 산둥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사업에 대해 김 회장은 “현지법인이 이익을 내기 시작하는 등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며 “지점을 추가로 늘리고 현지 중견은행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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