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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교육박물관…사라진 교실풍경 되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경기도 인천시 강화군 대곳면의 교육박물관은 박물관치고는 좀 희한한 곳이다.

1950년대부터의 교과서·수련장·성적표·교복·양은 도시락·책상과 걸상·등사기, '참 잘했어요' 사인과 함께 찍어주던 별표 도장 등 5천여 전시품 대부분을 만져보고, 들춰봐도 된다.

개·폐관 시간도 일정치 않다. 첫 손님이 와서 출입구의 인터폰을 누르면 문을 열고, 오후 늦게 관람객이 모두 나가면 문을 닫는다. 이곳은 퇴직 교사 김동선(59)씨가 아내 이인숙(53)씨를 위해 만든 사설 박물관이다.

둘 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김씨부부에게 90년대초 변고가 발생했다. 아내가 병으로 시력을 잃은 것. 퇴직하고 절망에 빠져 있던 아내를 달래려고 교육박물관을 세웠다.

"이런 전시품들을 전시한 공간에 어린이들이 많이 오면 아내는 꼭 학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테니까요. " 유산과 대치동의 34평 아파트를 처분하고, 은행빚까지 얻어 이곳에 땅을 사고 2층 건물을 세웠다. 뭐든지 모아두는 성격의 김씨가 집에 보관했거나 친척.친구집에 맡겨뒀던 골동품으로 전시공간을 채웠다.

그래서 박물관은 교육 자료 뿐 아니라 옛 가구.악기.농기구.각국의 화폐까지 전시된 만물상이 됐다.지금도 김씨는 무엇이든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트럭을 몰고 가 기증품을 실어온다.

박물관은 1996년 9월 문을 열었다. 입장료 수입으로는 박물관 유지도 어려운 상태가 되다 보니 은행빚이 큰 문제가 됐다. 궁리 끝에 김씨는 지난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퇴직금으로 은행빚을 갚고 남는 돈으로 한층을 더 올려 전시공간을 총 4백평으로 넓혔다. 그리고 김씨 부부는 박물관 뒤 컨테이너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김씨는 "초등학생 자녀와 중년의 부부가 많이 오는데 옛 추억을 되살려주는 전시품에 부모들이 더 즐거워한다" 고 전한다.

제일 인기있는 공간은 1층에 꾸며놓은 옛 '국민학교' 교실. 실내에는 풍금·교탁·칠판·태극기 액자는 물론 벽에는 시간표도 붙어 있다. 관장의 반주에 동요를 부르며 동심으로 돌아가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두 줄로 늘어선 높이 60㎝ 가량의 2인용 책상 12개에는 짝끼리 서로 '넘어오지 마' 하며 가운데 새긴 금도 눈에 선연하다. 추우면 박물관 난방도 할 겸, 교실 한가운데 난로 위에 커다란 양은 주전자를 올려놓고 장작을 때 물을 끓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어느 덧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중년에 접어든 부모들. 관장 이씨가 연주하는 풍금에 맞춰 자녀들과 함께 동요를 부르는 그들의 표정에서 옛 추억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간다. 교육박물관은 이처럼 되돌아 갈 수 없는 그러나 너무나 소중했던 추억을 안겨준다. 박물관 옆에는 조선 개화기의 현장으로 병인·신미양요 때 격전지였던 덕포진이 있고, 2㎞ 떨어진 대명포구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1천원, 어린이 8백원. 0341-989-8580.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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