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언권 커져, 우리도 더 참여해 국제 위상 높여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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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호 12면

“다보스 포럼에 한국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다보스 포럼 주최하는 ‘월드 이코노믹 포럼’ 아·태지역 부장 이재영씨

지난 5월부터 월드 이코노믹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영(35)씨. 그는 월드 이코노믹 포럼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이다. 월드 이코노믹 포럼은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다보스 포럼을 개최하는 민간 기구다. 그는 월드 이코노믹 포럼의 아시아·태평양 지역팀 인사들과 교류하며 각종 행사의 주요 어젠다를 고르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도영심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스텝(STEP)재단 이사장의 아들이다. 최근 김윤옥 여사와 ‘한식 세계화’ 인터뷰를 했던 엘레아나 리 CNN 아시아·태평양 본부장이 그의 누나다.

-어떤 계기로 다보스 포럼과 인연을 맺었나.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 후 미국과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그러던 중 국제기구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어느 날 다보스 포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뜨더라. 그래서 지원서를 한번 내봤다. 인터뷰도 보고 에세이도 써내고 그렇게 시험을 통과했다.”

-월드 이코노믹 포럼에서 유일한 한국인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직원이 모두 360명 정도 되는데 한국인은 나밖에 없다. 미국 국적의 한국계 직원은 2명이 있다.”

-외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들었다.
“부모님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태어나 미국 시민권이 있었지만 포기했다. 2년2개월간 공익근무도 했다.”

-포기한 이유는.
“뭐…. 한국인이니까. 미국인으로 살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월드 이코노믹 포럼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일을 하며 지속적으로 지적 자극을 받는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만나고 얘기하는 과정이 즐겁다.”

-포럼에서 어떤 일을 하나.
“포럼 내에는 지역별로 여러 팀들이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팀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를 맡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인도·호주 등의 학계·정계·재계 인사들과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다보스 포럼 등에 어떤 어젠더를 가지고 나갈 것인지를 정해 나간다. 지역팀들 중 일본과 중국팀은 따로 있다. 그 두 나라는 그만큼 내부에서 비중이 크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우리도 더 참여도가 높았으면 한다.”

-다보스 포럼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참석 인사들의 면면에서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지 않나. 한 예로 다보스 포럼이 열리면 일주일 동안 CNN·CNBC·NHK·BBC 등 세계 유수 언론들이 다보스에 부스를 차리고 상주한다. 거의 생중계를 하는 것이다.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서도 중계가 된다. 이런 행사에 적극 참가한다면 우리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다보스 포럼의 규모는.
“아시다시피 다보스 포럼에는 세계 각국의 정계·관계·재계 유력 인사들이 회의에 참석해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 경제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올해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국제 인사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등도 자리를 했다. 모두 96개국에서 2500여 명의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

-다보스 포럼 외에는 어떤 회의들이 있나.
“지난 9월 중국 다롄에서 ‘서머 다보스 포럼’이 열렸다. 동계 다보스 포럼에는 선진국 정상들이 많이 참여하고 세계 주요 기업 중심이지만 서머 다보스 포럼은 신흥국가 지도자와 신흥기업에 비중을 두고 있다. 또 6월엔 서울에서 ‘동아시아 포럼’이 열렸다. 이것은 일종의 지역 모임이다. 개인별 미팅도 많고 수시로 포럼이 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나의 경우 월드 이코노믹 포럼과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찾아 보면 길이 생기지 않겠나. 꿈 같은 일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을 것이다. 준비를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외국어 실력이 중요한 것 같다. 영어는 물론이고 다른 언어들도 할 줄 알아야 유리할 것이다. 나는 대학에서 경영학과 함께 중국어를 전공했다. 그 다음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에세이나 인터뷰에서 잘 보여주면 되지 않겠나 싶다.”

-국제기구에서 보는 한국은 어떤가.
“밖에 있으니 국가가 내 그늘이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가 높아져 자부심을 느낄 때가 많다. 좀 더 애국자가 된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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