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세에 전국 여자 팔씨름王된 조옥선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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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키 1m63㎝.몸무게 72㎏, 손자까지 둔 64세의 할머니. 올해 팔씨름 여자부 천하장사에 등극한 전북 익산시 조옥선(曺玉善.농업.오산면 남전리)씨의 신상명세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曺할머니는 지난 1월말 팔씨름 천하를 평정한데 이어 지난달말에는 내친김에 심판 자격증까지 따냈다.

팔씨름 자격증을 따느라 曺할머니는 팔씨름협회에서 수백여가지의 팔씨름 기술과 규칙.반칙 등에 대한 연수를 받았다. 이제 曺할머니는 팔씨름 보급에 앞장서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지난 1월말 서울에서 열린 전국 팔씨름대회에서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물리치고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출전자는 2백여명. 대다수가 20~30대였다.

협회 관계자와 관람객들은 예선 때만 해도 "할머니가 뭘 모르고 나온 게 아니냐" 며 동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16강전에서 역도선수를, 4강전에서는 지난해 우승자를 단 한판도 내주지 않고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꺾어내자 주위 사람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강인한 팔힘은 농사를 하면서 다져졌다. 21년 전 남편이 병사하자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줄줄이인 5남매를 키우기 위해 7천여평의 농사를 혼자 힘으로 지어왔다.

"모심기.벼베기 등 기계를 써야 하는 일 외에는 비료.농약치기 등을 거의 혼자 다 해냈어요. "

무거운 짐을 가리지 않고 들어나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팔힘이 강해졌다는 것. 지금도 50㎏리 쌀가마 정도는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자식들을 모두 도시로 내보내고 혼자 농사를 지으며 산다. 요즘도 오전 3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교회에 다녀온 뒤 오전 5시 들판으로 나가 일을 시작한다.

曺할머니는 "우리 민속의 하나인 팔씨름을 보급.발전시키는데 여생을 바치고 싶다" 며 튼튼한 팔뚝을 들어보였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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