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공룡 수도권] 대형 시책사업서 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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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천은 국책사업 또는 대형 시책사업에서 소외를 당하곤 한다. 중앙정부나 서울시가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내년초 개항예정인 인천국제공항은 말만 '인천' 국제공항이지 사실은 서울을 위한 공항이라는 게 이 곳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정부가 공항 주변 개발은 인천시가 맡아야 할 부분이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

오는 6월말 1단계 공항시설이 완공되지만 주변은 이제서야 겨우 개발계획이 확정돼 향후 6년간 공사판이 된다.

서해항공사 우희혁(禹熹赫)대표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세계적 국제공항 바로 옆에서 먼지 투성이 공사가 진행되는 웃음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도시공학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변 개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공항건설에만 몰두한 탓" 이라고 비난한다. 또 인천시민들은 시 중심지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공항을 가기위해 서울 또는 서울과의 경계인 계양구까지 이동해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타야한다.

고속도로가 인천시 외곽지역을 거쳐 서울 강변북로와 연결되도록 '서울용' 으로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시민들은 제 2연륙교(공항~송도)가 건설되는 2007년까지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인천항도 처리 화물량은 매년 10~18%씩 증가하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시행된 이후 거의 확충되지 못했다. 수출.입 선박들은 인천 외항에서 며칠씩 대기해야 한다.

인천 하역업체 관계자는 "인천항의 역할을 평택항으로 빼앗길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고 우려한다.

송도미디어밸리 사업도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 1995년 전국 지자체 중 미디어밸리 조성계획을 가장 먼저 입안했지만 IMF와 정보통신부 등 당국의 무관심으로 서울 테헤란 및 포이동 밸리로 유망 벤처기업을 거의 빼앗긴 꼴이 됐다.

국내.외 5백여 업체가 입주희망 의향서를 냈으나 지난해부턴 입주희망 업체가 없다시피하다. 자칫 조성된 부지 1백여만평이 허허벌판으로 방치될 우려도 높다. 또 대우사태로 송도인피아로의 대우 본사 이전계획도 백지화됐다.

경문직업전문학교 이우영(李愚永)이사장은 "인천이 지난해부터 국내의 인구 3대도시로 성장한 만큼 서울시.경기도와 같은 비중의 국가적 지원책 등이 있어야한다" 고 강조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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