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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株테크' 논란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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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 결과 행정부 고위 공무원들이 직무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공직자의 윤리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있다.

시민.노동 단체들은 "이들이 직위를 이용, 주식 투자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며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을지 몰라도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식보유 공직자들은 "직무와 관련해 정보를 얻어 투자한 것이 아니다" 며 "공무원은 주식도 마음대로 사지 못하느냐" 고 반발했다.

28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건설교통부 등 기업관련 부처는 물론 기획예산처.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고위 공무원들이 지난해 자신과 가족 명의로 수십~수천 주를 매입하거나 증자받았다.

엘지정보.동부화재.삼성전자 등의 주식이 증가한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은 "집사람이 주식투자를 한 것은 사실이나 직무와 관련해 취득한 것은 없다" 고 말했다.

대림산업.외환은행 등의 주식을 갖고있는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은 "1996년 수산청장을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아내가 주식투자를 해왔다" 고 해명했으며 이남기 부위원장은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딸이 우리사주로 53주를 받았을 뿐" 이라고 주장했다.

서정욱 과기부 장관은 삼성전자 주식을, 남궁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삼성전기 등의 주식을 각각 보유 중이다.

업계 출신인 이들은 "입각하기 전부터 관련기업 주식을 갖고 있었다" 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오영교 차관의 경우 포항제철.하나로통신.삼성SDI 등의 주식이 있었다.

오차관은 "지난해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았다" 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삼성화재 주식이 있는 이희범 차관보는 "경영학과 대학생인 아들이 경험을 쌓기 위해 투자한 것" 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전자.SKC 주식을 보유한 이원영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도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을 때 투자한 것" 이라며 "그나마 지난해 3천만원을 투자, 1천만원을 손해봤다" 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청 한준호 청장.신동오차장과 이종윤 보건복지부 차관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주식이 증자 과정에서 조금 늘어났다" 고 말했다.

증권거래법에는 "해당 기업의 인허가, 지도.감독권을 가진 사람이 직무와 관련해 알게된 미공개 정보를 주식투자에 이용하지 못한다" 고 공무원의 미공개 정보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경실련 박병옥 (朴炳玉) 정책실장은 "고위직은 어떤 형태로든 고급 정보를 접하기 마련" 이라며 "사실상 제재할 법규는 없지만 윤리적으론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직무 관련 주식투자는 아니더라도 공직자의 공신력 확보를 위해 관련 법을 정비, 규제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반발 = 한국노총은 29일 성명을 내고 "고통분담을 외쳤던 고위 공직자들이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드러났다" 며 "앞으로 금융노련과 공무원직장협의회 등을 통해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증식 과정을 검증하겠다" 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고위공직자의 주요 소득원이 땀 한방울 흘리지 않는 불로소득이었음이 밝혀졌다" 며 "정보는 주식투자로 재산을 불린 공직자를 수사하라" 고 주장했다.

김상우.김기찬.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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