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홈페이지 "쓸만한 자료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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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행정기관 등 공공기관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부실하게 운영해 네티즌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자료는 최신 걸로 제대로 바뀌지 않고, 각종 민원에 대한 답변도 며칠씩 걸리기 일쑤다.'정보의 보고(寶庫)'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 부실한 홈페이지〓대학생 김상일(22)씨는 최근 한 잡지에 글을 싣기 위해 대구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공원현황을 뒤졌지만 만족스런 자료를 얻지 못했다.

공원의 숫자와 면적 등은 있었지만 달성공원.국채보상기념공원 등은 시설물만 간단하게 소개돼 있었다.

金씨는 "경상감영공원을 빼고는 내용이 빈약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며 아쉬워했다. 이만하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경북도청 홈페이지의 행정정보에는 3~4년전 자료들이 적지 않다.

대기오염도 현황은 1997년 자료가 끝이다. 인구동태는 96년 시.군별 자료가 고작이다. 통계청의 인구통계는 98년 12월까지, 주민등록인구는 올 1월까지 나와 있다. 제때 업데이트(Update)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외국 관광객을 겨냥한 영문판.일어판이 없거나 내용이 부실한 경우도 적지 않다.

경북도가 만든 종합여행정보 사이트인 '경상북도 사이버관광' 의 영어판에는 오는 9월 두번째로 열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활용하더라도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라며 답답해 하고 있다.

지난해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한 하회마을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일본어판 안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경주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관광지이면서도 이를 소개하는 홈페이지 영어판이 아예 없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 담당자들은 "외국어판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예산부족에 일손이 없어 못한다" 고 말했다.

민원 해결을 위해 각 기관마다 여론광장.건의 등의 방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경북 예천군의 한 민원인은 "예천시가지에 불법주차가 판을 친다" 며 단속을 요구하는 글을 1월 16일 군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답변이 뜬 것은 6일 뒤인 22일. 내용은 "단속에 애를 쓰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노상유료주차장 등 주차공간을 늘리겠다" 는 것이었다. 복잡한 내용이 아닌데도 이 정도다.

대구경찰청 홈페이지도 비슷하다. 시민 K씨는 1월 27일 "황색 신호등이 켜진 뒤 교차로를 통과한 차량들을 경찰이 무원칙하게 단속한다" 고 지적했지만 답변은 14일 뒤인 2월 10일에야 올랐다.

◇ 문제점〓대부분 기관들이 인터넷 홈페이지 담당자를 1~2명 정도만 두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민원실을 홈페이지 관리부서로 지정, 2명의 직원이 민원인의 글에 대한 답변을 해당부서에서 받아 올리도록 하고 있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각 부서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컴퓨터와 망이 깔려 있지 않다.

예천군청도 총무과에 홈페이지 담당자 1명만 두는 등 대부분 지자체가 비슷한 실정이다. 업데이트는커녕 민원에 대한 답변도 어렵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담당자들은 "정보화 분야에 인적.물적 투자를 해야하는 데도 기관장들의 마인드가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고 지적했다.

대구시 최창학(崔昌學)정보화담당관은 "인터넷 홈페이지는 단순한 홍보매체를 넘어 세계적인 정보의 통로 역할을 한다" 며 "이 분야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 고 강조했다.

홍권삼.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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