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바위' 언론 규제 선거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월 8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선거법에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독소조항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언론중재위원회 산하에 기사심의위원회를 설치, 선거 관련 불공정 보도에 대해서는 사과문 또는 정정보도문 게재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불응한 발행인은 2년 이하 징역이나 4백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이 그 골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 개정안에는 당초 '불공정 보도 언론인 1년 업무정지' 규정이 있었으나 지난해 12월 언론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일자 정치권이 이를 삭제한다고 발표해 놓고 더욱 악랄한 내용을 슬그머니 포함시킨 것이다.

이미 1991년 헌법재판소는 '사죄광고의 강요는 양심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므로 위헌' 이란 취지의 결정을 내렸었다.

이에 따라 개정 선거법 내용도 위헌이라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헌재 결정이 없었다 해도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자유를 함부로 규제하겠다고 나선 발상 자체가 문제다.

더욱이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야바위꾼처럼 몰래 끼워넣기식으로 처리한 국회의원들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법안통과 20일이 지나도록 당사자인 언론기관이나 4백여명에 이른다는 국회 취재기자들 모두가 까맣게 몰랐다는 사실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기사심의위원회가 이를 위헌적 독소조항으로 판단하고 축소.엄격 적용키로 원칙을 정했다니 다행이다. 개정 법률이 시행기관에서 거부당했으니 국회는 또한번 비웃음거리가 된 셈이다. 악법으로 확인된 이상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일반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안되더라도 권리를 직접 침해할 경우는 소원 대상이 된다' 는 헌재 판례에 따라 헌법소원을 내 위헌심판을 조속히 받아내는 대책을 언론단체가 앞장서 세워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