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강정호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 최근 코스닥시장 상승세에 대해 중소.벤처기업 육성이라는 기대와 지나친 과열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거래대금이 갑자기 거래소를 앞지른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거래대금이 갑자기 5조원을 넘는 것은 분명히 정상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현상입니다.

하루에 몇번씩 사고 파는 단타매매(데이 트레이딩)가 성행하기 때문인데 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특히 과학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선도해야 할 기관투자가들까지 여기에 가세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도 없이 주식을 사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투자자는 우량기업을 고르는 눈을 가져야 하고 등록기업들은 장기적인 성장모델을 주주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 입니다."

- 지난주 증권거래소는 코스닥시장과의 균형발전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거래소는 정상인데 코스닥의 지나친 요동이 문제라고 봅니다. 코스닥은 아무래도 고위험.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의 기질을 반영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번 대책에서 거래소가 상장기업들의 경영성과를 충실히 공시하고 시가배당을 유도하는 주주중시 문화를 확립하겠다는 것은 바른 방향이라고 봅니다. "

- 그렇다면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시는 것인지요. 일부 기업은 지난해 순이익은 10억원에 불과한데 시가총액이 1년도 안돼 2조원이나 불어났습니다.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코스닥 전체 등록기업은 지난해 약 2조원의 순익을 냈고 시가총액이 1백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이 50을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오지요. PER는 시가총액이 당기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보는 것인데 주로 전통적인 제조업에 적용해 왔지요. 따라서 이 기준을 새로운 산업에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연륜이 짧은 기업들은 막 태동한 단계에서 이익을 못내도 희소가치와 성장성이 부각되면 고평가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무늬만 벤처' 인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첨단주 행세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후유증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기업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사실 안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인데 다른 좋은 기업들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기업들은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검증을 받은 후 시장에 진입했지만 우리는 이런 과정이 생략된 채 바로 시장에 들어온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식경제와 정보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론 차츰 개선될 것입니다. 코스닥증권도 공시강화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판단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사이버트레이딩을 통한 지나친 단타매매에 대한 대책이 있습니까. 요즘에는 홈 트레이딩을 두고 집집마다 카지노 기계를 한대씩 뒀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인데.

"단타매매는 증시를 투기장화하고 주가를 왜곡시킬 뿐입니다. 결국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증권업협회와 긴밀하게 협조해 매수할 의사도 없으면서 허수주문을 내는 증권사 지점을 4월부터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작전세력이 활개치는 주요 증권사 지점을 단속하자는 취지입니다. "

- 야후코리아가 상장의 전제로 주식 분산요건을 덜 해도 되는 특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례를 받아들여 코스닥으로 유치할 의사가 있는지요.

"야후에 특혜를 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증권시장은 기업과 투자자가 이익을 나누는 윈-윈 시장이 돼야 합니다. 지분 분산이 충분히 안된 채 들어오면 일반 투자자들의 이익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코스닥도 4월부터는 지분 분산요건을 거래소와 같은 30% 이상으로 강화합니다. 야후코리아의 상징성은 크지만 국내에는 다른 좋은 외국계 기업들도 많이 있습니다.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면서 야후를 유치할 생각은 없습니다.

거래소와 코스닥은 국민경제를 뒷받침하는 사회기반이라는 점에서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코스닥의 설립 취지도 거래소를 보완하는데 있습니다."

- 코스닥시장 자체의 효율적인 운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코스닥위원회와 증권업협회.코스닥증권시장 등 관련 기관의 바람직한 역할분담 방안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지난해 12월의 코스닥시장 건전화 대책으로 협회와 코스닥의 업무분장이 새롭게 이뤄져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코스닥위원회가 코스닥의 시장정책과 시장감독 기능을 맡는 기구로 발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증권업협회는 등록업무, 코스닥 증권시장은 공시업무를 나눠 갖고 있는데 미국의 나스닥은 일원화돼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 제3시장이 투자자들의 또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3시장이 문을 열면 코스닥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제3시장은 자본조달은 되지 않고 기존 주식이 유통만 되는 곳으로 코스닥이나 거래소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코스닥에서 퇴출되면 3시장으로 가서 다시 체력을 키우고 신생기업은 3시장에서 먼저 기업가치를 검증받아 코스닥으로 진출하는 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도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코스닥 공모열기도 진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김동호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약력>

▶1948년 경남 진주 출생

▶71년 2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87년 4월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 석사

▶71년 9월 10회 행정고시 합격

▶76년 2월 재무부(국고.국제금융.증권)

▶84년 8월 주 벨기에 재무관

▶94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상주대표

▶97년 5월 국세심판소 국세심판관

▶99년 4월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이사 사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