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선율이 천천히 시작을 알린다. 피아노는 몇 개의 화음만으로 느리게 호흡을 맞춘다. 브람스는 무겁고 고통스럽게 이 작품을 진행시킨다. 그의 첫 번째 첼로 소나타다. 29세에 이 곡을 쓰기 시작한 작곡가는 3년 후에야 완성품을 내놨다.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해였다. 음악은 좀처럼 우울함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와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은 ‘빠르게(Allegro)’라고 된 악보의 행간을 읽고 ‘느리게(Lento)’에 가까운 녹음을 남겼다.
[뉴시스]
장씨의 마지막 녹음은 비발디였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독주회는 3년 전, 쇼스타코비치로 했다.
가장 최근 무대에서는 지휘자로 차이콥스키 교향곡을 연주했다. 변신과 탐험을 거듭하던 장씨는 “내 성장의 모퉁이돌”이라는 브람스로 돌아왔다. 10살에 스승 미샤 마이스키에게 첫 레슨을 받았던 곡이 첼로 소나타 1번이라고 한다. “브람스는 왜 이 음을 썼을까, 왜 이 선율을 가지고 음악을 이끌었을까를 생각해보게 됐다”는 것이 장씨의 기억이다. “브람스의 음악적 지문을 알아보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장씨의 말처럼 “고전 시대의 벼랑 끝에 섰던” 브람스는 단단한 구조의 고전 양식을 따르면서도 환상적인 낭만을 풀어놨다. 53세에 완성한 두 번째 첼로 소나타는 1번에 비해 더 자유롭다. 장씨는 “2번 소나타는 교향곡 3번과 쌍둥이 같다. 조성도 같고(F 장조) 비슷한 선율이 쓰이기까지 해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지휘자로 데뷔한 후 교향곡을 열심히 곱씹고 있는 음악가다운 해석이다.
이번에 반주자로 호흡을 맞추는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32)는 “운동 선수 같다”는 말로 장씨를 표현했다. “체력이 좋다. 근면하기까지 하다. 다른 연주자 같으면 ‘그만하고 내일 연주회에서 보자’고 할 텐데, 한나는 몇 번이고 ‘이 부분을 다시 해보자, 처음부터 맞춰보자’고 한다”는 것이다. 불평 섞인 찬사를 내놓은 콜린스는 “이렇게 해서 나온 브람스 연주 또한 놀랍도록 아름답다”고 말했다. ‘장한나식’의 브람스 해석에 기대를 걸게 하는 말이었다. “요새는 하루 7시간씩 연습을 하고 공연 당일은 무대 위에서라도 연습 시간을 채운다”는 장씨의 지독함이 브람스의 고독과 만난 셈이다.
◆20일 고양 아람누리,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26일 창원 성산아트홀, 28일 군포문화예술회관, 12월 3일 부산문화회관, 5일 서울 예술의전당.
김호정 기자
전문가 한마디
중저음을 강조한 브람스, 풍부한 음색의 장한나, 깊어가는 계절의 삼색 조화가 기대된다. (최은규·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