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술혁신, 대학·연구소·벤처와 소통해야 빨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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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009 오픈 이노베이션 국제 콘퍼런스’의 주요 참석자들이 개방형 기술혁신의 흐름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 헨리 체스브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 교수, 박우규 SK경영경제연구소장,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강정현 기자]

세상이 워낙 빨리 바뀌다보니 기업들이 자체 연구소만 활용해서는 시장이 변하는 속도를 앞질러 기술혁신을 이루기 힘든 시대가 됐다. 그래서 선진 기업들이 택한 것이 ‘개방형 기술혁신(Open Innovation)’이다. 대학·연구소·벤처기업 등 외부 역량까지 혁신에 총동원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짚어보기 위해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2009 오픈 이노베이션 기술사업화 국제 콘퍼런스’가 19~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헨리 체스브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 경영학과 교수가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체스브로 교수와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이 개방형 혁신의 세계적 추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회는 박우규 SK경영경제연구소장이 맡았다.

▶박우규 소장=개방형 기술혁신의 효과와 최근 동향부터 얘기를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체스브로 교수=미국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와 시스코시스템스를 보자. 1990년대 루슨트는 벨연구소라는 유명한 자체 연구소를 갖고 있었다. 반면 시스코시스템스는 같은 시기 유망한 기술을 가진 150개 벤처를 인수합병(M&A)했다.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혁신 역량을 찾았다. 성장 속도는 시스코가 훨씬 빨랐다. 이런 게 개방형 혁신의 효과다.

▶임채민 차관=한국은 개방형 혁신의 기초라 할 기업과 대학 간의 연구개발(R&D) 협력이 미미하다. 기업 전체 R&D 투자의 2~3%만 대학에 간다. 대학은 대부분 연구 자금을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기업이 개방형으로 바뀌어 대학에 더 많은 투자를 하면 대학에서도 기업의 요구에 맞춰 상품성 있는 R&D를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체스브로 교수=대학도 바뀌어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존 헤네시 총장은 자신이 벤처기업 세 개를 만들었다. 구글의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이렇게 학문뿐 아니라 사업을 체험한 사람들이 있어야 대학이 기업과 협력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기업의 개방형 혁신을 잘 도울 수 있게 된다.

▶박 소장=개방형 혁신에는 정부 역할도 필요할 것 같다. 벤처 M&A가 잘 되도록 관련 세금을 낮춰주는 것 등이다.

▶임 차관=M&A가 잘 일어나도록 과거보다 제도가 많이 나아졌지만 세제상 일부 애로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제 외에 다른 문제도 있다. 과거 출자총액제한이 있을 때 대기업 쪽에서는 출총제가 풀리면 기술 벤처 M&A를 많이 하겠다고 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제도와 더불어 경영 문화가 바뀔 필요도 있는 것 같다.

▶김용근 원장=확실히 국내 대기업은 개방형보다 자체적으로 기술혁신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경영층에서 개방형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이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체스브로 교수=경쟁을 촉진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일본 유선통신 업계에선 NTT와 겨룰 기업이 없었다. 결국 유선 인터넷과 관련 콘텐트 발달은 지지부진했다. 반면 무선 쪽은 경쟁이 치열해 서비스가 훨씬 빨리 발전했다. 경쟁을 촉진하면 기업들이 서로 혁신을 서두르고 결국 스스로 개방형 혁신을 하게 된다.

정리=권혁주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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