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뚫린 검문 활개친 탈주…서울·안산서 1명씩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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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24일 광주지법 법정에서 교도관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탈주범 일당 3명 중 노수관(魯洙官.37).장현범(張鉉範.31)씨 등 2명이 25일 오전 서울과 경기도 안산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나머지 한명인 정필호(鄭弼鎬.36)씨가 이날 오후 서울 신촌의 공중전화를 통해 은평구에 사는 애인의 집에 두차례 전화한 사실을 확인, 이 일대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서울과 경기도 안산까지 진입하는 과정에서 단 한차례도 검문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을 비롯해 신고를 받고도 체포망을 조기 구축하지 못해 주범인 鄭씨를 놓치는 등 경찰과 검찰의 검문.검거작전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됐다.

◇ 구멍뚫린 검문검색〓경찰은 전국 1천3백7개소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고 6천17명의 경찰력을 동원했다. 그러나 탈주범들은 하루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서울과 안산까지 잠입했다.

평화시장에서 붙잡힌 魯씨가 밝힌 탈주 이후의 행적을 보면 경찰의 검문검색망을 피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주톨게이트 검문소에서는 이들이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데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으며, 지하철수사대가 수시로 순찰을 도는 지하철에서도 죄수복을 입은 이들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 체포〓魯.鄭씨는 25일 오전 7시10분쯤 서울 중구 평화시장 1층 옷가게에 나타나 점퍼.바지 등을 10만원권 수표를 내고 구입했다. 옷가게 주인 C씨는 이들의 언행과 몸차림이 수상하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오전 7시20분쯤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魯씨를 발견하고 검문하던 중 魯씨가 달아나자 70m 가량을 추격, 격투 끝에 붙잡았다.

魯씨와 함께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던 鄭씨는 경찰이 魯씨를 검거하는 틈을 타 화장실에 은신해 있다 청계천7가 쪽으로 유유히 달아났다.

張씨는 이날 오전 7시쯤 작은 형(36)의 승용차를 타고 안산에 도착, 광덕산에 숨어들었다가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지자 鄭필호씨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주택가로 내려오다 오전 11시50분쯤 잠복 중이던 경찰에 검거됐다.

이에 앞서 경찰은 張씨를 안산에 내려다주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집에 귀가한 작은 형을 붙잡아 張씨의 도피장소를 알아냈다.

◇ 도주 경로〓24일 오후 3시45분쯤 법정을 탈출한 이들은 광주 동부경찰서 지산파출소 앞 도로에서 카렌스 승용차를 탈취해 전북 순창으로 향했다. 이들은 도중에 검문소가 나타나자 '승용차를 길가에 버리고 산을 넘어 오후 5시쯤 순창읍으로 간 뒤 키가 꽂혀 있는 엘란트라 승용차를 훔쳐 오후 10시쯤 전북 전주시에 도착했다.

25일 0시30분쯤 張씨는 전주 톨게이트에서 전화연락을 받고 찾아온 큰형.작은형 등과 함께 떠났고 이들로부터 수표 60만원과 현금 20만원을 건네받은 魯.鄭씨는 화물차 짐칸에 몰래 올라타 오전 5시30분쯤 경기도 성남시 죽전휴게소까지 왔다.

이들은 뒤이어 지하철을 이용, 수서역에 내린 뒤 영업용 택시를 타고 오전 7시쯤 평화시장까지 왔다.

◇ 범행 모의〓魯씨는 "광주지법 법정 대기실에 머무르고 있던 중 鄭.張씨가 대기실 화장실에서 10여분 동안 대화한 뒤 범행에 가담할 것을 제의했다" 고 밝혔다.

張씨는 "한달 전 鄭씨와 함께 '오랫동안 징역살이를 하느니 탈출해 몇일만이라도 편하게 살자' 며 범행을 모의해 왔다" 고 말했다.

◇ 鄭씨 행방 수사〓경찰은 달아난 鄭씨를 붙잡기 위해 서울 전역에 경찰력 4천여명을 투입, 평화시장 일대에서 탐문수사를 벌였다. 또 서울 외곽 도로 곳곳에서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김성탁.이가영 기자, 안산.광주〓정찬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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