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미군경비 분담금' 명칭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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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의 주일미군 주둔경비 부담금은 '배려(思いやり)예산' 으로 불린다. 신문은 줄여서 그렇게 쓰고 관청가에서도 이 용어를 애용한다.

1978년 가네마루 신(金丸信.사망)방위청장관이 "주일미군에게 배려의 기분을 갖자" 며 이듬해부터 경비부담 예산을 짠 것이 계기다.

방위청은 당초 미군 부대.주택 정비만 지원하다 일본 군무원의 월급.광열비(특별협정 대상)도 포함시켰다. 올해 예산안은 2천7백55억엔이다.

요즘 미.일 양국 사이에 이 예산을 둘러싼 신경전이 한창이다. 미국은 우선 용어에 시비를 걸고 나왔다.

토머스 폴리 주일대사는 "일본의 부담금은 배려로 미국에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전략적 공헌에 따른 것" 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 10일자 아사히(朝日)신문 기고문에서였다. 피커링 국무장관은 "일본의 지원 경비는 미국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남는다" 고 쏘아붙였다.

이에 야나이 슌지(柳井俊二)주미 일본대사는 "배려예산 표현은 적절치 않다" 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22일 일본 정부는 방향을 선회했다.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은 "배려예산은 영국의 웰링턴 장군이 '위대한 장군은 병사의 군화까지 배려한다' 고 말한데서 유래한다" 고 말했다.

미국이 아량을 베푼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데 대한 반론이다. 미.일의 용어 공방은 올해 새 주둔경비 특별협정 협상을 앞두고 벌어지는 전초전에 불과할 지 모른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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