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동성애자…"소수그룹 목소리 듣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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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한 외국인 근로자와 자녀, 동성애자, 주한 미군기지촌의 매춘여성, 미혼모, 코소보의 소수민족들.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약자와 소수민으로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소수그룹(minority)' 란 점이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온 이들의 인권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해보는 인권대토론회가 25~28일 제주도 칼호텔에서 열린다.

지난해 11월 발족된 한국인권재단(이사장 신용석)이 첫 개최하는 이 토론회는 대학교수.전문가를 비롯 소외된 삶의 현장에서 약자들과 함께 해온 활동가 등 1백여명이 참여해 37개 주제를 놓고 집중토론을 벌인다.

행사를 준비한 인권재단 사무총장 조용환 변호사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인간 사회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동물 사회와 다르다고 본다" 며 "2000년대의 한국 사회는 소수의 생각과 권리와 이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토론회를 마련했다" 고 말했다.

'왜 소수자의 인권인가' 를 발표하는 서울법대 한인섭 교수는 "민주聆퓽?신장과 함께 우리 사회가 소수의 지배로 부터 다수의 지배로 이행한다 해도 소수 집단은 더욱 고립되고 주변화된다" 며 소수 집단의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韓교수는 "단 한사람의 인권도 전 지구보다 소중하다는 것이 인권의 논리" 라며 "소수자들에게 발언과 주장의 기회를 늘리고 이들에 대한 관용과 공유를 확대해야 한다" 고 말했다.

◇ 외국인 노동자 자녀의 인권〓 '성남외국인 노동자의 집' 교육복지팀장인 정씨는 "주한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는 노동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이제는 그들의 가족과 자녀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고 말했다.

지난해 말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산업연수생과 미등록체류자 등을 포함해 15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鄭팀장은 "홍콩 컨설팅업체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아시아 11개국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가 생활하기에 가장 열악한 곳으로 나타났다" 며 "외국인 노동자의 차별대우와 인권침해는 자녀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고 진단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자녀의 경우 학교에 입학을 할 수 없다는 것. 鄭씨는 "이웃나라인 일본도 어린이에 대해서는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며 차별없이 교육받을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내에서 출생한 미등록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는 출생신고를 못해 무국자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불법체류의 전력이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발각될 경우 이들은 2~4년동안 재입국을 불허하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장기간 이산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 동성애자의 인권〓한국 동성애자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임태훈씨는 "동성애는 다양한 성적 지향성 중의 하나일 뿐" 이라며 "그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윤리적 판단에 관계없이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임씨는 "동성애자의 기본 인권이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편견에 시달리거나,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모욕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해서는 안된다" 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억압이 정부의 정책과 언론.교육.가정 등을 통해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다" 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가출과 중퇴, 자살율을 높이는 문제를 낳고 있다" 고 비판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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