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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필, 교향곡만 연주…협주곡 공연은 거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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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47면

1848년 오스트리아 최초의 직업 오케스트라로 출범해 정통 클래식의 맹주(盟主)를 자처하는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여러 모로 특이한 교향악단이다.

1908년부터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은 빈필은 33년부터는 아예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고 객원 체제로 운영해 오고 있다.

또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여성단원이 단 한명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남성천국' 이었다. 레퍼토리와 객원지휘자.협연자 선정 등 모든 운영 사항은 단원 대표 12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직접 결정하는 프로그램의 특징은 뭘까. 빈필의 올해 시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프로그램이 교향곡만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서곡.협주곡.교향곡 순으로 진행되는 교향악단 정기연주회의 전형에서 탈피해 있다.

오는 26~28일 로린 마젤 지휘로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 마젤 '교향적 악장' 을 연주하고 3월 11~12일엔 리카르도 무티 지휘로 모차르트 '교향곡 ?0번' , 프로코피예프 '고전 교향곡' , 슈베르트 '교향곡 제6번' 을 들려준다.

또 4월 29~30일엔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로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 스트라빈스키 '불새' 를 무대에 올린다. 빈필이 올해 틈틈이 여는 유럽 순회공연에서도 협주곡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세계 최정상의 교향악단의 자존심 때문일까. 아니면 단원 모두가 협연자 못지 않는 독주 능력을 갖춘데다 빈필이라는 명성만으로도 전석 매진되는 청중 흡인력을 소유했기 때문일까.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빈필 공연에 오는 청중이라면 깊고 오묘한 오케스트라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 협주곡보다 교향곡이 제격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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