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심각한 고민중, "뜻대로 안되면 입장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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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부총재가 23일 "공천파문에 대해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책임져야 한다" 고 지도부 인책론을 공식 제기했다.

충북 진천-음성-괴산 지구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다.

그는 연단에서도 李총재가 듣는 가운데 "잘못된 공천으로 당이 흔들리고 있다" 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주목되는 발언은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심각하게 입장을 정리할 것" 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최악의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나 주변에선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말하고 있다.

金부총재는 이날 "지도부가 야권분열의 책임을 져야 한다" 고 말했다.

李총재가 신당 출현을 자초했다는 비난이다.

그가 당내에서 이같은 주장을 계속 펼 경우 신당파에 대한 李총재측의 공격논리인 '야권분열론' 은 빛을 잃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대해 李총재는 대회를 마치고 서울로 출발하며 "공천과 관련한 인책은 있을 수 없다" 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金부총재의 이같은 문제제기로 한나라당은 당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음은 金부총재 일문일답.

- 李총재가 정면돌파를 선언했는데.

"李총재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

잘못된 게 있다면 고치고,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70년대 초 신민당 공천파동때 유진산(柳珍山)씨가 총재직을 내놓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선거를 잘 치러냈다."

- 지도부 사퇴를 의미하나.

"당을 위기로 몰아넣고 누구 한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최종 책임은 총재가 져야 한다."

- 공천에 대한 평가는.

"李총재의 사당화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각본공천이라는 게 다 드러났다.

시민단체 낙천 대상자가 공천을 주도하는 것이 공천개혁이냐. 李총재는 또 언제나 법을 지킨다고 해놓고 총재단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당헌당규를 위반했다.

지금이라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 향후 어떻게 할 것인가.

"잔류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심각하게 입장을 정리할 것이다."

음성〓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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