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역 근린생활시설' 놓고 창원시-의회 마찰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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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구멍가게' 허용 여부를 놓고 창원시와 창원시의회가 마주 달리고 있다.

이 싸움은 창원시의회가 지난 8일 일반주거지역에 근린생활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건축조례 개정안을 의장 직권으로 공포하면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에 맞서 시는 다음날인 9일 이 조례 개정안 집행정지신청 등을 대법원에 냈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시와 시의회간의 다툼으로 창원지역이 떠들썩하다.

시민 1천여명은 지난 22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쟁취 규탄대회를 갖고 시의회 입장을 지지했다.

◇ 건축조례 개정안〓1종 일반주거지역 내에 근린생활시설(슈퍼마켓.음식점.세탁소.체육관.의원)설치를 허용하고 주택도 3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

기존 창원시 건축조례는 주거지역 내에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 없고, 주택도 2층까지만 가능하게 돼 있다.

조례 개정안은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유독 창원에서는 예외다.

시민들이 줄기차게 기존 조례 개정을 요구해 왔으나 시는 계획도시 특성상 바꿀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시의회는 주거지역 내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말 근린생활시설을 허용하는 내용의 건축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경남도와 창원시는 의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했지만 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례개정안을 공포해 버렸다.

◇ 양측 입장〓법 적용 잣대가 다르다. 시의회는 건축법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건축법(14조)에는 주거지역의 경우 1백㎡ 미만 편익시설(소매점 등)은 신고만으로 지을 수 있다.

주민들도 사유재산권 침해 등을 들어 기존 조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시민들은 지난해 9월 기존 건축조례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시 입장은 다르다. 계획도시인 창원의 경우 건축법이 아니라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1970년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모범적인 기계공단을 만들기 위해 세워진 계획도시 골격을 깰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시는 땅을 분양할 때 근린생활용지가 단독택지보다 비싸 단독택지와 근린생활시설이 구분이 안되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창원시 현실〓단독주택 세 채 중 한 채 꼴로 불법이다. 시 조사결과 지난해 말 현재 단독주택 1만2천4백51채(1만6천2백6필지)중 4천2백72채(34%)가 불법 건축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불법 건축물은 주로 단독주택에 구멍가게를 내거나 주차장을 창고 등으로 불법 용도변경한 것이다.

시는 해마다 2천~3천여 건을 고발하거나 행정대집행 등을 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범법자로 전락하는가 하면 벌금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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