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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집 호황…"총선 불안" 정치인·가족들 북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서울 신촌역 부근에 있는 J철학원에는 2주전 이름을 대면 일반인도 알 수 있는 국회의원이 찾아갔다. 여당 중진인 그는 공천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젊은 피 열풍에 공천 여부가 불투명하다" 며 초조해하는 그에게 역술인 조정훈(曺禎焄.62)씨는 "올 한해 전반적으로 운이 좋다.

특히 음력 1, 2월이 대길(大吉)" 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흡족해하며 10만원을 복채로 내놓았다.

결국 지난주 공천대상자로 확정되자 이 의원은 "덕분에 더욱 용기를 얻어 막판까지 열심히 뛰었다" 는 인사말과 함께 화분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점(占)집들이 4.13 총선 대목을 맞고 있다.

40여곳 이상의 철학원이 모여 있는 서울 신촌.미아리 일대는 이달 초부터 공천.당선 여부를 묻는 정치인이나 그 측근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이곳 역술인들은 "평소보다 20~30% 수입이 늘었다" 며 즐거워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L철학원은 이달 들어서만 10여명의 총선 관련 손님을 맞았다. 보좌관이나 가족들이 처음에는 "어른의 사주를 풀이해 달라" 고 묻고는 마지막에 "큰 일을 하겠느냐. 올 선거에 당선될 수 있겠느냐" 고 졸라댄다는 것이다.

철학원 관계자는 "손님들의 운대가 좋지 않게 나오는 경우가 적지않아 총선 운세풀이는 사실 부담스럽다" 고 말했다.

선거를 앞둘 때마다 점을 보러 오는 사람이 늘긴 하지만 최근의 호황은 기성 정치인의 물갈이 여론과 맞물려 공천경쟁이 치열한 데다 선거구마다 여러명의 후보가 난립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 L철학원 원장은 "손님 중 시민단체의 낙천 명단에 포함된 후보들이 특히 불안해하고 있다" 며 "최근에는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해야겠는데 승산이 있겠느냐' 며 선거 판세까지 물어오는 통에 곤란할 때가 많다" 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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